[현장리포트] 폭설·강추위 녹여버린 ‘80분 육탄전’

입력 2009-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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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파주 NFC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체력테스트에서 셔틀런을 마친 이동국(오른쪽)이 심박수측정기를 제거하고 있다.

눈이 쉴 새 없이 내리고 발은 꽁꽁 얼어붙는 강추위 속에서도 태극전사들의 머리 위에서는 아지랑이 같은 하얀 김이 끊임없이 새 나왔다.

27일 파주 국가대표훈련장(NFC). 이날 오후부터 갑작스레 내린 눈으로 오후 1시 30분으로 예정된 자체 연습경기 장소가 인조잔디구장으로 바뀌었다. 천연잔디보다는 낫지만 미끄러운 건 매한가지. 구장은 폭설에 뒤덮여 터치라인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태극전사들의 경쟁은 계속됐다.

80분(전반 30분 후반 50분)간 진행된 11대11일(조끼 팀 vs 비 조끼 팀) 연습경기는 실전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웠다. 전반 중반 이동국은 김형일의 거친 태클에 걸려 넘어진 뒤 한 동안 일어서지 못했지만 기어이 전반을 다 소화했다.

최철순, 이승현, 김보경 등 어린선수들은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보였다.

골은 후반 막판에야 터졌다. 조끼를 입지 않은 팀의 김신욱은 후반 37분 페널티 중앙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첫 골을 터뜨린 뒤 후반 44분에는 김보경의 오른쪽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넣어 그물을 흔들며 쟁쟁한 선배들을 놀라게 했다.

추격에 나선 조끼 팀은 염기훈이 후반 막판 페널티 오른쪽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연결했지만 볼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주 결혼식을 올린 뒤 해외 신혼여행도 포기하고 운동을 계속 해왔던 염기훈은 공에 맞아 뻘겋게 부어오른 눈으로 “눈이 내려 훈련을 좀 덜 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고 거친 숨을 몰아쉰 뒤 “경쟁이 부담되지만 최선을 다해 꼭 해외전훈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주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파주=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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