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완장의 힘’으로…박용택 “우승 주인공이 될거야!”

입력 2009-12-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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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뉴 캡틴 박용택.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는 LG의 뉴 캡틴 박용택
LG 박용택(캐리커처)은 올해 “타격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위타자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 7년 동안 단 한차례 3할을 쳤던 박용택이 0.372라는 역대 5번째 고타율로 타격왕에 오른 것은 올시즌 가장 놀라운 사건 가운데 하나였다. 내년 시즌 FA가 되는 박용택은 타격에 대한 자신감이 최고조에 올라있다.

그는 “팀과 나에게 잊지 못할 2010년을 만들겠다”며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200안타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시즌 200안타!

해볼 만한 목표다. 국내 프로야구 한시즌 최다안타는 KIA 이종범이 1994년에 기록한 196안타다. 1999년에 LG 이병규가 때린 192안타는 역대 2번째 기록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그 누구도 180안타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박용택이 200안타 도전을 내년 목표로 삼은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올해 박용택은 111경기에 나가 168안타를 기록했다. 133경기에 출전했다면 201안타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박용택은 지금 최고의 몸상태와 타격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올해 너무 잘 쳐서 내년이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내년에 더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박용택은 올해보다 더 높고 더 큰 목표를 세웠다. 한시즌 200안타! 박용택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정말 멋진 목표다.

○LG 주장 박용택! 목표는 가을잔치

휘문중 1학년때 박용택의 꿈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었다. 그때 만화가를 꿈꿨던 단짝 친구가 박용택을 모델로 만화를 그려 선물했다. 박용택이 LG 트윈스 주장이 되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는 시나리오였다.

지금도 박용택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보물같은 만화다. 올해 박용택은 LG의 주장이 됐다. 내년 시즌 FA가 되고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즌에 그는 주장을 맡았다. 입단 첫해인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한 이후 7년 동안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한 게 한이 됐다. 개인보다는 팀을 선택했다.

친구가 그려준 만화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주장이 돼서 팀을 가을잔치로 이끌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내년에는 꼭 가을잔치에 나갈 겁니다. 꼭 그렇게 할 겁니다. 꼭 그렇게 될 겁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고난속에서도 실망하지 말고 기회를 찾으라”고 했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박용택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타격폼을 완성했다고 털어놓았다. 데뷔 이후 7년 동안 박용택이 3할을 친 것은 2004년 딱 한번 뿐이었다.

수많은 LG팬들이 아쉬워할 만큼 그는 약점이 많았다. 유인구에 속기 일쑤였고 목표로 했던 완벽한 스윙이 되지 않아 좋은 공도 범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실패를 통해 결국 답을 찾은 것 같아요. 올해는 몸과 마음이 정말 하나가 됐어요.”

스트라이크존이 정립되면서 볼을 골라낼 수 있었고 인앤아웃으로 이어지는 스윙이 완벽하게 이뤄졌다. 타석당 상대하는 투구수 3.53개로 공격적인 타격은 변함이 없었지만 노리는 공은 여지없이 안타로 연결했다.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파울이 적었다는 점은 박용택의 ‘완성된 스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용택은 시즌초 갈비뼈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한달간의 결장이 수위타자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재활을 하면서 체력을 비축하고 한달 동안 각팀 투수들의 투구패턴을 유심히 관찰했죠.” 처칠 수상의 말처럼 박용택은 올해 위기에서 기회를 찾았고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LG에서 2000안타를 치고 싶다!

내년 시즌뒤 FA가 되는 박용택은 “LG를 믿는다”고 했다. 일본에 가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가급적 그는 LG에 남고 싶다고 했다.

“LG에서 우승도 하고 2000안타를 치는 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목표였다”며 등번호 33번을 LG가 영구결번으로 지정할만한 성적을 내고 싶다는 마음도 털어놓았다. 2000안타와 함께 통산타율 3할, 그리고 300홈런-300도루도 박용택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다. 올해 1000안타를 때린 박용택의 나이로 볼때 2000안타와 통산타율 3할(현재 0.291)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300-300에서 홈런은 앞으로 199개가 남았다. “300도루는 충분한데 300홈런은 사실 쉽지 않죠.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겁니다.”

박용택은 150%선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100%가 아니라 150%를 한다는 마음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 올해 타자로서 대성공을 이룬 박용택의 2010년이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형! 투수도 먹고 살아야죠

올해 수위타자가 되는 데는 페타지니와 히어로즈 이택근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페타지니는 박용택에게 “투수의 좋은 공을 인정하라”고 했다. 특히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라고 충고했다.

일반적으로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비슷한 공을 치려고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는 게 상식이지만 페타지니는 반대의 논리를 폈다. 투스트라이크까지 몰린 것은 투수가 우위에 있는 상황.

비슷한 공을 치려고 하면 오히려 확률이 떨어진다며 투수가 잘 던진 공은 인정하고 실투성의 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절친한 후배인 히어로즈 이택근에게서도 박용택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존을 좀 더 작게 한다”는 것.

박용택이 “꽉찬 공은 어떻게 치냐?”라고 묻자 이택근은 웃으며 이야기 했다. “형! 투수도 먹고 살아야죠.”“그래 네 말이 맞다.” 올해 박용택은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0.276의 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0.174였다.


○유리어깨! 가장 큰 스트레스

요즘 박용택은 하루 2시간씩 어깨보강훈련을 하고 있다. 아령과 튜빙, 메디신볼을 이용해서 마치 재활훈련하는 투수처럼 땀을 뻘뻘 흘린다. 동료들이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년에는 160km를 던지는 거 아니냐?”고 격려해 줄 정도다.

박용택은 야구를 하면서 “외야에서 공을 제대로 못던질 때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라고 한다. 2004년까지는 우익수를 볼 정도로 어깨가 나쁘지 않았지만 2005년 어깨부상을 당하면서 제대로 어깨관리를 하지 못했다. 트레이너 소견은 보강훈련으로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

“데뷔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어깨강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 내후년 좀더 나아진 송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린이에게 꿈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

박용택은 이대형과 함께 희귀난치병 어린이 송예린-송민성 남매를 2년째 후원하고 있다. 2006년부터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박용택은 예린이와 민성 남매가 완치될 때까지 후원할 생각이다.

그는“프로선배들을 보고 제가 꿈을 키웠듯이 저도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내년에는 선수단과 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박용택은 ‘쿨가이’라는 별명처럼 시원시원한 선수다. 올해 그는 정말 시원한 타격으로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그가 야구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2010년이 다가오고 있다. 그의 꿈이 모두 이뤄지는 경인년 호랑이 해가 되기를….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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