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새해 인터뷰 “하루 10시간 1000개 샷…60m선 누구보다 자신있다”

입력 2010-01-15 14: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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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연장 혈투 끝에 첫 우승을 차지한 김현지가 2010년 야심에 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해 목표는 KLPGA 3승”
● ‘1박 2일’ 제주 연장전 우승

“1박 2일!” TV 프로그램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6일~9일 제주도 사이프러스 골프장에서는 국내 여자 골프사에 길이 남은 이색 기록이 나왔다.

8일 연장전에 들어간 김현지와 유소연이 일몰로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다음날 경기를 다시 펼치는 ‘1박 2일’ 혈투가 벌어졌다. 처음 있는 일이다.

김현지(22·LIG)에게 유소연(20·하이마트)은 너무 강한 상대였다.

유소연이 누구인가. 지난해 두산매치플레이에서 라이벌 최혜용(20·LIG)과 연장 9홀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우승을 거머쥔 승부사다.

결과는 예상을 뒤집었다. 김현지가 유소연을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기쁨에 그린은 온통 눈물바다가 됐다.

2007년 프로데뷔 초 김현지는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신인왕 0순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우승 이전까지 그는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기대했던 신인왕도 놓쳤고, 3년 가까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신인왕을 놓쳤을 때는 망치로 몇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죠. 그렇다고 연습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걸 알면서 조금은 편안해 졌죠. 다시 한번 신인이 된다면 그때는 신인상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라고 말하지만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김하늘에게 내준 신인왕 후유증에서 벗어나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승까지는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짧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긴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던 건 ‘긍정의 힘’이다.

“별별 생각을 다 했었어요. ‘우승 못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조바심 가질 필요 없다’며 스스로 최면을 걸기도 했죠. 열심히 하고 있으니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땀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버텼죠”라며 마인드 컨트롤 비법을 털어놨다.


● ‘순둥이’ 저도 ‘악바리’에요


김현지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동료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연장전이 펼쳐지던 같은 시각. 먼저 경기를 끝낸 동료들은 클럽하우스에서 TV로 경기 장면을 지켜봤다.

그런데 이상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김현지의 우승을 기원했다. 좋은 샷이 나오면 함께 탄성을 지르며 응원했고, 실수가 나오면 함께 아쉬워했다. 동료들의 응원 덕분인지 김현지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김현지는 악바리이자 지독한 연습벌레다.

김현지는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부친 김칠섭(50) 씨와 같이 시작했다. 대개는 아버지가 먼저 골프를 시작하고, 나중에 딸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부녀가 함께 골프에 입문한 것도 조금은 특이한 경우다.

중·고교 시절에는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주니어 시절 신지애, 최나연, 오지영 등 쟁쟁한 유망주들이 많았다. 그 사이에서 김현지라는 이름을 알리기란 쉽지 않았다. 짧은 경력을 보완하기 위해선 연습 밖에 없었다.

지난 겨울에는 전지훈련 동안 웨지를 3개나 갈아 치웠다.

60m에서만 하루 1000개 이상의 샷을 했다.

“하루 10시간 씩 연습했는데, 5시간 이상을 쇼트게임에만 집중했죠. 그렇게 연습하다보니 한 달 반 만에 웨지를 3개나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그 덕에 60m 샷은 그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우승 때도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12월 말,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난 김현지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담금질을 시작했다. “2010년 목표는 3승이에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김현지는 한순간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동료들이 그를 좋아하는 비결이자 그만의 매력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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