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수뇌부가 한일전 개최 여부에 대해 혼선을 빚은 가운데 축구팬들은 월드컵을 코앞에 둔 한일전은 무의미한 평가전이라며 성토하고 있다. 2008 동아시아 축구대회 한국 대 일본경기. 스포츠동아DB
부회장“개최 합의”- 회장“결정 안돼”
축구협 수뇌부 오락가락 행정도 도마
월드컵 개막을 목전에 두고 치르는 라이벌전이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 개최 여부를 놓고 대한축구협회 수뇌부가 엇박자를 냈다. 한쪽은 “한다”고 하고, 다른 쪽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이 같은 해프닝은 대표팀의 전훈지인 스페인 마르베야를 방문한 협회 노흥섭 부회장이 22일(한국시간) “5월25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과 친선경기를 치른다”고 발표하면서 빚어졌다. “양국 협회가 합의를 했다”는 팩트도 덧붙였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후 협회 조중연 회장이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노 부회장의 발언을 묵살해버렸다. 협회 수뇌부가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 혼선을 빚은 것이다. 조 회장은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전에 몇 번 일본축구협회와 말이 오간 것은 있지만 아직 합의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일전을 하더라도 2월 동아시아대회 이후에나 논의될 부분이다”고 말했다. 월드컵 16강을 위해 총력 지원 체제를 갖춰야할 협회 내부에서 조차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오락가락 행정은 그렇다고 치자. 더 중요한 것은 과연 한일전을 개최해야하느냐다. 월드컵 개막을 보름 여 앞두고 영원한 라이벌인 일본과 경기를 갖는 것은 득 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전술 운영, 컨디션 체크 등 실질적인 경기력 측정을 떠나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은 선수나 코칭스태프를 짓누를 수 있다. 아울러 라이벌전에는 주전들의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다. 정작 중요한 월드컵에서 힘을 쏟아야지 한일전에 목매는 인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월드컵에서 유럽(그리스) 남미(아르헨티나) 아프리카(나이지리아)팀과 맞붙는 한국이 굳이 아시아권 팀과 평가전을 갖는 것이 득이 되는 지도 따져볼 일이다.
장소도 문제다. 양국 모두 자국에서 출정식을 갖고 싶어 한다. 원정 경기는 선수단뿐 아니라 축구팬 입장에서도 불만이다. 이는 한일 양국의 공통된 고민이다. 지난해부터 양국 협회가 평가전을 논의하면서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도 복잡하게 얽힌 득실 때문이다.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처지라면 차라리 없던 일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날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협회 수뇌부를 성토하는 글이 난무했다. ‘도대체 한일전을 왜 하느냐’는 비판의 글들이다. 축구협회의 신중한 결정을 바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