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야구를 배우자”

입력 2010-0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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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장점이자 ‘국민성’은 강자에게서 배울 자세가 돼 있다는 점이다. 일본 NHK가 한국야구 특별 기획을 제작하기 위해 풀 시즌에 걸쳐 SK를 밀착 취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WBC 두 대회에 걸쳐 일본에 4승3패로 앞서있다. 스포츠동아DB

NHK가 SK를 분석하러 왔다. 소니가 삼성을 배우고, 아사다가 연아를 연구하는것 처럼…
일본이 인정한 한국야구 위상변화 3가지

□1 NHK, SK 고지 캠프 4일간 체류하며 밀착취재

□2 SK에 베이스캠프…1년간 한국야구 다큐제작

□3 日거장 노무라, 김성근감독과 도쿄 단독 회동

소니가 삼성전자를 배운다.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를 연구한다. 그리고 이제 국기(國技)로 사랑받는 야구(집단주의,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일본인의 습성과 맞기에)마저도 한국을 분석하러 온다.

‘품질의 일본’이 ‘응용력의 한국’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통일신라시대 이래 단 한번도 한국의 국력(인구)이 일본을 앞지른 적 없다는데 1000년만의 대역전이 하드컬처(경제·외교)와 소프트컬처(연예·스포츠)에 걸쳐 동반 진행되는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상징적 사건 두 가지가 한국프로야구의 ‘신주류’ SK에서 발생했다, 그 첫 번째가 일본의 공영방송 NHK의 SK 고지 캠프 취재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도 캠프를 방문했지만 대회를 앞두고 정찰하는 수준이었다. 김광현 등 특정 선수 몇 명만 주목했다. 그러나 이번엔 팀 SK가 취재 대상이다. 그것도 4일간의 체류다.

파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추후 한국에 들어와 SK를 한 시즌 동안 밀착 취재할 계획이다. 한국프로야구 전체를 시야에 넣되 SK를 ‘베이스캠프’로 삼는 것이다. 일본인 코치가 두루 분포한데다 카도쿠라가 있고, 재일교포 김성근 감독이 일본어에 능한 지일파인 점이 고려됐을 터다.

방송은 10월 하순 경으로 알려졌다. 풀 시즌을 지켜보고 자료를 모은 뒤 방송을 하는데 1년 전부터 움직이는데서 일본 특유의 치밀함과 이 기획에 대한 무게가 느껴진다. 한국프로야구 스페셜은 120분짜리 분량으로 제작된다.

또 하나의 사건은 21일 심야에 있었던 김성근-노무라 감독 대담이다.

도쿄에서 회동을 마치고 22일 아침 비행기로 고지로 돌아온 김 감독은 “노무라 감독과 만난다는 자체가 한국야구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일”이라고 촌평했다.

노무라 감독은 처음 만난 김 감독에게 “한국야구를 잘 모르니 부탁한다”고 했다. 한국야구를, 김성근을 잘 몰라도 대담에 응한 노무라의 자세에서 한국야구 위상의 격상이 각인된다.

김 감독은 노무라를 만나 2시간에 걸쳐 평소의 지론인 ‘아시아리그’를 주장했다. 한국 1∼2위 팀, 일본 퍼시픽리그 몇 팀, 대만의 1위 팀이 모여서 리그를 만들자는 것이다. 또 여기서 우승한 팀은 미국의 월드시리즈 우승팀과 대결하는 ‘진짜 월드시리즈’를 하자는 얘기다.

아시아야구, 특히 한국야구가 WBC와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면 나올 수 없는 얘기다. ‘탈아입구(脫亞入歐)’로 압축되는 후쿠자와 유키치 이래 지속된 일본의 아시아 경시가 한국에 의해 바뀌고 있다. 그들의 자존심인 야구부터가 그렇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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