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쇼트트랙 “희망이 보인다”

입력 2010-0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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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훈련…하루에 사흘치 운동
독기품은 선수들 체력·자신감 상승
“만리장성, 불가능한 벽은 아니다”


“이제 하늘과 좀 가까워졌습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쇼트트랙대표팀 최광복(36) 코치는 20일 열린 올림픽 2차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던 최 코치다.

태도의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평소보다 서너 배는 더 혹독했던 ‘지옥훈련’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최강의 자리는 이미 중국에 빼앗긴지 오래. 하지만 지난해 11월 월드컵 3·4차 대회 참패 이후 여자쇼트트랙은 변하기 시작했다. 밴쿠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드디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3일치 운동을 하루에…두 달 만에 체력 급상

훈련은 새벽 5시에 시작된다. 남자대표팀보다 한 시간 빠르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진행되는 빙판훈련 때는 평소보다 세 배 많은 양을 소화한다. 예전에 세트당 스무 바퀴를 돌았다면, 요즘은 스무 바퀴씩 세 세트를 한 번에 도는 식이다. 체력훈련의 강도는 말할 것도 없다. 남자팀의 도움을 받아 스피드를 올리는 데도 주력한다. 이제는 김기훈 총감독이 “노력한 만큼의 수준에 올라왔다”고 자부할 정도다.

처음에 선수들은 최 코치를 욕하고 미워했다. 최 코치는 “나를 욕하면서 독기를 품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땀은 결국 열매로 돌아왔다. 이은별은 “처음엔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들었지만 두 달 정도 지나니까 확실히 체력이 달라졌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김민정 역시 “3일치 운동을 하루에 다 하고도 마지막에 계주 연습을 할 힘이 남아 있다. 머리로는 못 할 것 같은데 신기하게 발이 움직인다”며 웃었다.


○만리장성, 불가능한 벽은 아니다

중국의 왕멍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이다. 남자선수 못지않은 파워가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약점은 있다. ‘내가 1인자’라는 자만심이다. 한국선수들은 그 심리를 역이용할 계획이다.

최 코치는 “왕멍만으로도 대단한데 옆에서 다른 선수들이 왕멍을 디펜스까지 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자극하면서 왕멍이 실수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180도 달라졌다는 소문만 돌아도 중국을 상대하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은별도 “첫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왕멍이 당황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틈을 노릴 것”이라고 했다. 최 코치의 말대로, “80%%의 실력으로도 이길 수 있고, 120%%의 실력으로도 질 수 있는 게 쇼트트랙”이기 때문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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