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트윗질 배꼽잡네

입력 2010-01-3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용만 회장의 트위터. 스포츠동아DB

□ 바로 이 사람- 두산 박용만 회장‘SBS 스페셜’서 일상 공개 화제위트 만점 ‘트위터’ 온라인스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중 회장님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요? @Solarplant ‘노바디’가 누구 거지요?”

“회장님은 회장실에서 밖을 바라볼 때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Solarplant 글쎄요 ‘내가 어제 뭐 먹었지?’ @Solarplant 헉! 난 화장실로 봤슴다. 미안합니다.”

태양성이라고 풀이될 ‘Solarplant’라는 이 단어는 두산 박용만(사진) 회장의 트위터 아이디다. 마냥 멀게만 느껴지던 재벌총수가 요즘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트렌디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트위터는 연일 수백 명의 방문자들로 들썩인다. 새벽까지 ‘트윗질’에 빠진 박 회장을 보다 못한 한 ‘트위테리안’(트위터 이용자를 지칭)이 “이 시간까지 안 자고 트윗하면 사모님이 뭐라 하냐”고 묻자 “다행히 지금 주무십니다 휴∼∼∼”라는 친근한 답변을 단다. 때로는 “저도 자야겠슴다. 손가락이 마구 꼬입니다”라는 재치있는 글로 하루 트윗질의 마감을 알린다.

박용만 회장. 스포츠동아DB


박용만 회장이 트렌디스타로 떠오른 결정적인 기폭제는 24일 방송한 SBS ‘SBS 스페셜’의 ‘출세만세:리더에게 길을 묻다’였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아침식사로 쌀국수를 애용하고 인터넷 메신저로 젊은 사원들과 ‘급만남’을 주선하거나 외국 바이어와 화상통화를 하다 대뜸 “너 수염 깎아야겠다”고 농담을 던져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드라마에서 돈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는 기업 총수의 색다른 모습이 일으킨 관심은 그의 트위터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그가 트위터에 쓴 글들을 여느 유머 책을 읽는 것보다 흥미롭다.

“두산 근무할 때 감히 LG야구팬이라고 말 못하고, 두산이 LG를 이겼을 때 속으로 눈물을 흘렸던 기억. LG팬이라고 하면 잘릴까봐요”라는 트위테리안의 글에는 이런 답변을 달았다. “그런 경우 잘리지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왕따가 됩니다.”

사실 박 회장은 ‘SBS 스페셜’에 나오기 전부터 얼리어댑터들에게는 유명인사였다. 지난해 아이폰이 국내 출시됐을 때 유튜브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동영상의 주인공은 바로 그였다.

‘넥서스원의 굴욕 두산 박용만 회장 개봉기’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박용만 회장이 히트상품으로 주목받던 아이폰을 테이블에 던지는 장면이 코믹하게 담겨 화제를 더했다.

사실 재벌 총수가 TV에서 일상을 공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지난해 여름부터 국내서 손꼽히는 재벌 총수 대부분을 접촉했다. 반응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박용만 회장도 출연을 결정하는데 2∼3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1월 고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난 것도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고심끝에 출연을 결정했고 새로운 재벌 총수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결과는 성공적이다. 박용만 회장의 ‘SBS 스페셜’ 출연료는 0원. 그러나 젊은 감각과 유머를 갖춘 그가 만들어낸 그룹 홍보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