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10억+a 고양시 3년 재계약 통큰 베팅

입력 2010-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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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사상 최초로 10억원대 계약을 보장 받은 ‘영웅’ 장미란. 그녀가 지난해 12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고양 장미란체육관’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역도 사상 최초로 10억대 선수가 탄생할 전망이다.

역도계에서는 2월13일부로 고양시청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장미란(27·고양시청)의 향후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고양시 측은 이미 2009년 말부터 장미란과의 재계약 방침을 정하고, 협상에 들어간 상황. 고양시의 1차 제시액은 계약금과 연봉을 포함해 3년간 10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는 이례적인 액수다.

하지만 장미란의 몸값은 협상과정에서 더 뛸 가능성이 크다. 장미란의 아버지 장호철 씨는 “고양시청 이외에도 4군데에서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면서 “이 가운데 2군데는 고양시청 이상의 대우를 제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을 쏟고 있는 강현석(58) 고양시장까지 직접 나서 ‘장미란 모시기’를 지시하는 등, 고양시는 장미란 측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미란은 2007년 2월 고양시청과 계약금 1억7000만원, 연봉 1억원 등 총액 4억7000만원에 3년 계약을 맺었다. 1억7000만원의 계약금 중 1억원은 고양시가, 7000만원은 경기도체육회가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고양시는 2009세계역도선수권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한국역도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장미란의 공이 컸다. 장미란은 2008베이징올림픽여자최중량급(+75kg)에서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2009고양세계역도선수권에서도 용상 세계기록(187kg)을 수립하며 세계선수권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2009년 11월, 고양세계역도선수권에서 장미란의 경기가 열리던 날에는 3000여명의 고양시민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 역도열기를 실감케 했다.

고양시는 덕양구 행신동에 장미란의 이름을 딴 역도장까지 건립해, 결코 장미란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2월4일 준공식을 열 예정인 ‘장미란 역도장’은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3400m² 규모로 총 83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장미란 영입이 고양시의 역도 인프라 확충에도 일조한 셈이다. 고양시는 1월말까지 장미란의 계약을 마무 짓는다는 방침이다.

역도사상 최초의 ‘몸 값 10억대 선수’ 탄생은 아마추어 체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간 아마추어 선수들은 국위선양에도 불구하고, 프로종목 선수들에 비해 홀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장미란의 등장으로 이제 세계정상의 실력을 갖추면, 금전적 보상도 뒤따를 수 있는 모델이 생겼다. 한 역도인은 “그간 역도에 대해 배고프고, 비전 없는 종목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는데, 장미란 덕에 더 많은 유망주들에게 운동을 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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