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아, 감독님…” 흥국생명 눈물의 패배

입력 2010-01-19 20: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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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어수선… 도공에 1-3 무릎

선수들 “감독 경질 우리탓” 죄책감


이긴 팀에서는 감독과 수훈선수가 공식 기자회견에 모두 참석하지만 패한 팀은 감독만 오는 게 배구장의 관례다.

흥국생명은 18일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한 수 아래 도로공사에 세트스코어 1-3으로 완패했다. 1,2세트를 손쉽게 내주고 3세트 잠시 힘을 내는 듯 했지만 결국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흥국생명 주장 한송이의 말을 듣고 싶어 특별히 인터뷰 신청을 했다.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한송이는 썩 달갑지 않은 자리였을 텐데도 침착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고 얼굴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저희도 어제 저녁 훈련 끝나고 미팅 때 갑작스레 소식을 들었어요… 당황했지만 빨리 추슬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수들의 임무는 코트에서 뛰는 거잖아요. (감독님이 사임하신 게) 우리 때문인데… 그 책임을 감독님이 지신다고 생각하니 죄송스러워요.”

한송이는 이어서 “그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린 선수들도 몇몇 있었다. (어창선 전 감독에게) 전화를 해도 안 받으시고 문자를 보냈는데도 답이 없으시다”고 말끝을 흐렸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시즌 도중 성적부진으로 감독이 경질되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러나 1년 사이 네 번이나 바뀐 벤치, 재임기간 중 같은 감독이 당한 두 차례의 경질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흥국생명 선수들은 ‘우리가 못해서 감독이 사임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과연 어 전 감독과 선수들만의 책임일까.

이날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은 흥국생명 반다이라 코치는 어 감독 사임에 대한 느낌을 묻자 “내가 없었던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이게 소위 ‘여자배구 명문’ ‘최강 미녀군단’이라 자신들을 수식하는 흥국생명의 현주소다.

인천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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