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술녀 원장(첫번째사진 오른쪽)과 그녀가 한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로 꼽은 김희선(첫번째 사진 왼쪽).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두번째 사진)도 2003년 내한했을 때 박 원장의 한복을 입었다. 스포츠동아DB·사진제공=박술녀 한복
□ 스타가 꼽은 ‘한복 장인’ 박술녀의 스타이야기
“분홍 색시 브리트니 한복 가슴 조여달라해서 깜짝 놀랐죠”
그녀의 휴대전화 두 대는 인터뷰 내내 끊임없이 벨소리를 울렸다. 직원들에게 대신 받도록 할만도 한데 그녀는 늘 직접 전화를 받았다. “미안한데, 이 전화는 내가 꼭 받아야 해서요”라며 그녀가 전화기를 들었다.“분홍 색시 브리트니 한복 가슴 조여달라해서 깜짝 놀랐죠”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 손녀 돌잔치 한복이요? 저번처럼 하면 되는 거죠?”
전화로 그녀에게 손녀의 한복을 의뢰한 사람은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였다. 우리가 신문이나 잡지, 또는 TV를 통해 보는 스타들의 한복 사진에는 늘 따라붙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박술녀 한복’이다. 설을 맞아 더욱 바빠진 그녀의 일손을 잠시 멈추고 한복에 대한 박술녀의 남다른 사랑을 들었다.
김민정 기자(이하 김 기자) : 설을 맞아서 더 바쁘시겠어요.
박술녀 원장(이하 박술녀) : 다들 그럴 거라 짐작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 명절이라 설 한복쇼 준비 때문에 바쁜 거지, 한복을 입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바쁜 건 아니에요.
김 기자 : 기성복은 늘 유행에 민감한데, 한복의 경우도 유행이 있나요.
박술녀 : 큰 유행은 없어요. 1년 입다 말 옷이 아니라 길게는 10년까지 입을 한복인데 유행을 타면 안되죠. 굳이 유행이라고 할 것을 꼽자면 올해는 배자를 많이 입는 것 같아요. 저고리 위에 덧입는 단추가 없는 짧은 조끼 모양의 옷인데 한복의 멋을 더해주죠.
김 기자 : 드라마, 특히 사극에 항상 협찬을 하세요.
박술녀 : 지금은 KBS2TV 드라마 ‘추노’에 한복을 협찬하고 있는데 특히 이다해의 한복을 많이 좋아해요. 흔히 한복이 몸매를 가리는 옷이라고 생각하는데 한복이야말로 몸매를 살려주는 섹시한 의상이죠. 여성의 윗부분이 살짝 비치기도 하고 목선을 강조해 주니까 아름다움을 배가시켜요.
김 기자 : 박술녀하면 늘 톱스타의 이름이 나오는데 한복이 잘 어울리거나 박술녀 한복만 고집하는 스타들이 있나요.
박술녀 : 정말 많은 스타들이 의리를 지켜서 딱 한 명만 고르기가 참 힘들어요. 나중에 혼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웃음). 일단 한복이 정말 잘 어울리는 스타는 김희선이에요. 늘 행사 때마다 한복을 찾고 이번에 딸 연아 돌잔치에도 한복을 입혔죠. 한복이 잘 어울리고 한복을 사랑하는 스타에요. 그리고 장동건은 의리파죠. 한복 입을 일이 생기면 꼭 여기를 찾아와요.
박술녀 원장은 자신의 한복을 사랑해주는 스타들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 한참 휴대전화의 전화번호 목록을 뒤졌다. 그리고 저장해둔 스타들의 이름을 보여주며 그들과의 친분을 소개했다.
그 전화번호 속에서는 이병헌, 배용준, 김희선 등 한류 스타들부터 신성일·엄앵란 부부, 사미자, 김수미 등 중견 배우와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 김남주, 장서희, 남희석, 장윤정, 정보석, 이경실, 박경림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명사들의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김 기자 : 외국 스타들도 선생님의 한복을 많이 입었는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박술녀 : 단연 브리트니 스피어스죠. 2003년 한국을 찾았을 때 분홍색 한복을 선물했어요. 외국인이라 어울릴까 했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내친 김에 진분홍색 족두리도 함께 챙겨 보냈어요. 가슴이 조인다고 불평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조이는 게 예쁘다면서 더 조여 달라고 해서 놀랐죠.
김 기자 : 한복에 인생을 걸면서 보람찬 순간도 많으시겠어요.
박술녀 : 한복을 통해 맺은 인연들이 제일 소중하고 거기서 보람을 느끼죠. 가수 인순이 씨는 나이도 같고 한복을 통해서 친해져 친구가 됐어요. 이번에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서 잘 하라고 한복을 선물했죠. 바람이 있다면 좀 더 한복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거예요. 그리고 한복을 사는 일에도 인색하지 않았으면 하고요.(웃음)
○박술녀 원장은 누구?
1956년생인 박술녀 원장은 스물여섯의 나이에 한복 연구가 이리자 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면서 한복에 대한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 1986년 처음으로 서울 군자동에 10평 정도의 가게를 내면서 독립. 이후 각종 웨딩쇼와 웨딩 캠페인, 한복 협찬 등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청담동에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사옥을 지어 한복을 사랑하는 고객들을 맞고 있다. 남편 이원세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