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건 모태범(21.한국체대)이 아쉽게 대회 2관왕 달성에 실패했다.
모태범은 1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1분09초12을 기록했지만, 19조에 나선 세계 랭킹 1위 샤니 데이비스(1분08초94)에 0.18초 차로 뒤져 2위를 차지했다.
육상 중거리와 같은 빙속 1000m는 단거리 500m와 달리 1차 시기의 기록만을 따져 순위를 정한다.
이로써 지난 16일 500m에서 예상을 뒤엎고 금메달을 따냈던 모태범은 이틀 뒤 자신의 주종목에서 다시 은메달을 획득하며 당당히 한국 빙속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한 판이었다.
이날 16조에 나선 모태범은 2006 토리노 대회 5000m 금메달리스트 미국의 채드 해드릭과 맞대결을 펼쳤다.
출발 총성과 함께 강력하게 얼음을 지치고 나간 모태범은 레이스 초반 쾌속질주를 했다.
중반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해드릭과 격차를 벌리던 모태범은 마지막 100m를 앞두고 곡선 주로에서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모태범은 끝까지 양 팔을 흔들며 1분09초1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모태범의 기록은 앞서 출전한 34명의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이제 남은 4명의 선수의 기록에 따라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상황. 18조에 출전한 두 선수가 모태범의 기록에 미치지 못해 동메달을 확보한 가운데 변수는 세계기록 보유자 샤니 데이비스였다.
문준과 함께 레이스를 펼친 데이비스는 경기 초반 모태범의 기록에 근소하게 뒤졌지만, 경기 중반부터 격차를 줄이더니 막판 뒷심을 발휘해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광판에 찍힌 기록은 1분08초94. 데이비스가 1위를 지키던 모태범에 0.18초 차 앞서면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모태범에서 데이비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0.18초 차이는 스케이트날 20cm 차이 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격차다. 그만큼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것이 스피드스케이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아쉬웠지만 모태범은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16일 예상치 못했던 500m 금메달을 따냈고, 이날 주종목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며 이번 대회에서 기대했던 목표를 200%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4전5기'의 신화창조에 나섰던 (32.서울시청)은 17조에서 1분09초92를 기록해 9위에 올라 '비운의 스케이터'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처음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이규혁은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등 대회가 열릴 때마다 금메달 후보라는 기대 속에 경기에 나섰지만 번번이 노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문준(28.성남시청)은 1분10초68로 18위를 기록했고, 9조에 나선 이기호(26.서울시청)는 1분12초35로 하위권에 처졌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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