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 스포츠동아 DB
팀 비상상황 대비 전훈서 외야 수비 병행
“불안하신가 봐요. 2,3회 되면 빼시는 걸 보면…. 하하.”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짜증이 난다고 하면서도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밝고 유쾌했다.롯데의 ‘쾌남아’ 홍성흔(33)은 19일 팀 동료들과 함께 사이판에서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로 이동했다. 가고시마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때 연결된 전화통화. 사이판에서 벌어진 자체 청백전을 통해 좌익수 실전 경험을 쌓았던 그에게 ‘할만 하냐’고 물었더니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감독님은 불안하신 모양이다. 길게 안 가고 2,3회 쯤 지나면 빼신다”며 웃었다.
한때 국가대표 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홍성흔은 두산 소속이던 2008년부터 지명타자로 전업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지난해 6월 28일 한화전에서 1루수로 깜짝 선발 출장하기도 했던 그는 작년 마무리 훈련부터 본격적인 외야수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수비 병행은 사실상 ‘보험 성격’이 강하다. 스스로 “나는 수비 119”라며 “포수든, 1루수든 좌익수든 언제든지 펑크 나면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것도 그래서다.
올 시즌도 변함없이 외야수가 아닌 지명타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좌익수 수비에 적잖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외야 그라운드가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좌익수로 나서면) 내 쪽으로 볼이 안 왔으면 하는데, 타구는 왜 그리 많이 오는지…”라는 말에 진심이 담겨 있다.
코칭스태프 역시 ‘좌익수 홍성흔’보다 ‘타점이 더 많은 홍성흔’을 바라고 있고, 홍성흔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시즌 막판까지 LG 박용택과 타격왕 경쟁을 벌였던 그도 올 시즌 목표를 타율이 아닌 타점에 두고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의 주안점도 수비 연습이 아닌 타점 생산 능력 배가에 있다. 홈런에도 더 욕심을 내겠다는 생각.
“타율보다 중심타자로서 타점 생산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정확히 맞히는 타격보다 장타를 더 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