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0·고려대)와 아사다 마오(20·일본)의 라이벌 구도가 더욱 부각된 이유도, 아마 둘이 ‘가깝고도 먼’ 두 나라의 대표여서일 겁니다. (물론 이제 김연아와 아사다를 ‘라이벌’로 표현하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부터 김연아는 아사다를 뒤로 훌쩍 제쳐놓고 자신만의 리그를 치르기 시작했죠. 이번 시즌 김연아의 최저점이 아사다의 최고점보다 높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단어는 천하의 ‘피겨퀸’도 긴장하게 만들 겁니다. 각국 간판들이 총출동해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무엇보다 이런저런 변수도 많으니까요.
대회가 중반으로 치닫는 밴쿠버에도 요즘 슬슬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피겨 남자 싱글 금메달이 확정되면서 점점 열기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피겨퀸’ 김연아가 20일(한국시간)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엔 아사다가 도착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자 싱글 정국’으로 접어드는 셈이죠.
한일전은 장외에서도 펼쳐집니다. 밴쿠버에서 아사다 마오의 이름을 딴 핫도그가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름 하여 ‘마오 도그’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밴쿠버 시내 한 고급 일본 식당에서는 ‘마오 롤’을 18캐나다달러에 팔고 있습니다. ‘스즈키(아키코) 롤’, ‘오다(노부나리) 롤’, ‘다카하시(다이스케) 롤’처럼 다른 일본 선수들의 이름을 딴 롤도 있지만, 역시 메인은 ‘마오 롤’입니다. 심지어 아사다가 ‘마오 롤’이 담긴 접시를 들고 있는 사진도 있습니다.
그러자 밴쿠버의 한국 교민들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시내의 한 한식당에 ‘연아 떡볶이’가 탄생했으니까요.
고추장 대신 간장과 해물을 넣어 만든 떡볶이인데, 가격은 15캐나다달러랍니다. 물론 ‘떡볶이를 먹으며 김연아 선수를 응원합시다!’가 캐치프레이즈고요. 김연아가 전지훈련 중인 토론토에는 이미 ‘연아롤’이 생긴 지 오래라고도 하네요.
어찌됐든 흥미롭습니다. 대한민국을 달굴 ‘김연아 올림픽’이 마침내 시작된다는 전조와 같아서 말입니다. 밴쿠버 땅을 밟게 될 김연아의 속마음이 내심 궁금해집니다.밴쿠버(캐나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