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 대표팀 영광 안고 다시 뛴다
“아쉽지만 만족해…긴 휴식은 없다 긴장의 연속…세계선수권 정조준”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 충분히 훌륭한 성적이다. 누군가는 ‘금 텃밭’의 역할을 못 했다고 평가절하할지 몰라도, 대한민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한다. 최선을 다해 온 힘을 쏟아 부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안현수와 진선유라는 두 3관왕을 배출하며 금메달 6개를 휩쓸었다. 이번에는 이정수(단국대)가 딴 금메달 2개가 전부다. 하지만 선수들은 28일(한국시간) 밴쿠버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을 목표로 모두 열심히 운동했고 각자 전력을 기울였으니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밴쿠버올림픽을 통해 에이스로 급부상한 이정수는 더 그랬다. “운동선수의 길을 걸으면서 애초에 세웠던 목표가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이었다”면서 “그동안 단 한 순간도 편하지 못했다. 운동선수는 당연히 힘들다고 위안하면서 열심히 땀을 흘린 시간이었다. 예상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와 기쁘다”고 토로했다. 토리노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건 이호석(고양시청)도 “비록 4년 전보다 성적이 썩 좋지는 못했지만, 올림픽에서 매번 잘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을 계기로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서 2014소치동계올림픽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3000m 계주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쳤던 여자 대표팀 선수들의 생각도 같다. 첫 출전에서 동메달 두 개를 목에 건 박승희(광문고)는 “토리노 대회와 비교하면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아쉽긴 해도 우리도 각자 전력을 쏟았고 만족할 만하다”고 자평했다. 또 여자 1500m 은메달리스트 이은별(연수여고)도 “솔직히 올림픽에서 내가 뛰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꿈의 무대였던 만큼 즐기고 싶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났다고 해서 선수들에게 긴 휴식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2일 귀국해 여러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14일에 다같이 불가리아 소피아로 출국해야 한다. 19일 시작되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들은 4월에 열리는 대표 선발전까지 준비해야 한다. 이에 앞서 3월 초에는 팀 선수권도 열린다. 이정수는 “한국으로 돌아가도 푹 쉴 수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계속 긴장의 연속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캐나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