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안타·홈런 기록 살아있는 야구 전설…개인타이틀도 필요없다! KS 우승 감격 한번 더!
삼성 양준혁(캐리커처)은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무려 13시즌에서 3할을 쳤고, 통산 최다안타와 최다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선구안과 컨택능력, 파워, 그리고 성실함을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과 일본에도 안타와 홈런 최다기록을 동시에 갖고 있는 선수는 없다. 올해 42세의 양준혁이 18번째 시즌을 맞는다. 통산 2284안타와 350홈런을 기록 중인 양준혁은 올시즌 개인목표가 없다고 했다. 후배들과 한국시리즈에서 한번 더 우승하는 게 선수로서 마지막 남은 유일한 꿈이라고 했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매타석에 집중한다
올해 양준혁은 한타석에 승부를 건다. 후배들의 성장으로 주전을 장담할 수 없기에 기회가 주어질 때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야 한다.
“올해는 도전입니다. 지금까지는 후배들이 나에게 도전했지만 이제는 제가 후배들에게 도전해야죠.”한타석, 한타석을 생애 마지막 타석이라는 마음으로 집중하겠다고 한다.
양준혁이 올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부상이다. 2007년 발목부상이 2008년 부진으로 이어졌고 지난해는 왼쪽 종아리 근육파열로 아쉽게 14번째 3할을 놓쳤다.
“부상도 실력 아닙니까? 자꾸 다치면 선수로서 가치가 없는 거죠.”지난해 삼성스포츠트레이닝센터에서 다섯달 동안 재활에 집중했고 덕분에 스프링캠프에서 훈련량을 모두 소화했다.
“올해 우리팀 전력이 우승을 노려볼 만합니다. 지난해 종범이가 있던 그 자리에 가는 게 올해 저의 유일한 꿈입니다.”
○3할 비결은 선구안, 집중력,인내심,그리고 풀스윙
양준혁은 타자에게 갖춰야할 첫번째는 선구안이라고 했다. 선구안이 나쁘면 절대 3할을 칠 수 없다며 좋은 선구안은 공을 잘볼 수 있는 자세와 집중력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좋은 공을 치는 습관을 들여야 됩니다.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죠.” 타자와 투수의 대결은 한마디로 볼카운트 싸움이다. 볼하나를 잘 골라내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서 3할타자와 2할타자로 나뉜다. 치고자 하는 마음은 타자의 기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공을 치는 것. 타석에서 집중력과 인내심이 없는 타자는 3할을 이룰 수가 없다.
양준혁은 또 풀스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체격이 큰 선수나 작은 선수나 자신이 갖고 있는 최고의 스윙을 해야 한다는 것.
“힘좋은데 뭘 그렇게 크게 휘둘러?맞히기만 해도 넘어가는데….”, “체구도 작은데 그렇게 큰 스윙하면 어떡하냐?”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항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스윙을 해야한다. 갖다 맞히는 타격으로 힘을 아낀다면 보통타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양준혁의 논리다.
○삼성의 보물 3인방
양준혁은 후배 최형우와 채태인, 박석민을 한마디로 ‘보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양준혁이 앞으로 10년은 삼성을 이끌 것으로 평가한 세선수의 장단점을 물었다.
최형우는 타석에서 부드럽게 서있는 자세가 최고라며 부드러운 스윙과 타이밍을 맞히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했다. 타구를 날려보내는 재주는 요미우리의 이승엽을 닮았다. 30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배트스피드를 좀더 향상시켜야 한다.
채태인은 가장 홈런을 많이 칠 선수다. 올해 30홈런도 가능하다. 배트 스피드와 힙턴은 최고수준이다. 타자 경험이 4년밖에 안되는데 해마다 무섭게 달라지고 있다. 슬럼프때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는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다.
박석민은 셋 가운데 가장 컨택능력이 좋고 수싸움을 잘한다. 꾸준하게 3할과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다. 기술적인 면보다는 부상과의 싸움을 잘해야 한다. 부상만 없으면 국가대표 3루수다.
○양준혁 야구장에서 야구교실 열겠다
양준혁은 지난해부터 은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언제든지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할 때는 미련없이 떠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은퇴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양준혁 야구장을 지어서 양준혁 야구교실을 여는 것이다. 지도자의 길도 물론 생각하고 있지만 지도자는 못할 수도 있다며 야구장 건설과 야구교실은 자신이 꼭 하고 싶은 또 다른 꿈이라고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생각했어요. 4개의 야구장이 갖춰진 파크형식의 야구장을 짓고 어린이들과 중학생들을 상대로 저의 모든 것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기술습득도 물론 중요하지만 야구라는 단체생활을 통해서 희생정신과 협동심을 배운다면 선수가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제가 중학교 때 프로야구가 생겼는데 그때 나도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에 가슴이 벅찼던 순간이 있었죠. 은퇴하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그런 일을 꼭 하고 싶습니다.”
○양준혁은 노히트노런 투수
양준혁은 남도초등학교 6학년때 회장기 전국대회에서 마산 성호초등학교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깔끔한 폼에 제구력까지 갖춘 뛰어난 투수였다. 경운중학교에 진학에서도 그는 에이스였다.
그러나 혼자 모든 대회를 던졌던 게 화근이었다. 팔이 버티지를 못했다. 깁스를 풀자마자 대회를 치르고 다시 깁스를 하는 촌극도 있었다. 결국 노히트노런투수는 중학교때 팔꿈치 부상과 함께 마운드를 떠나야 했다.
타격에는 어릴 때부터 소질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체육부장관기대회에서 타격상을 받았고 대구상고 때는 1학년부터 4번을 쳤다. “투수가 안되니까 치는 것밖에 할 게 없더라구요. 중학교 3학년때부터는 방망이만 갖고 살았죠.”
○최고의 순간은 2002년 한국시리즈 첫우승
양준혁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2년 한국시리즈 첫우승의 순간이다. “그런 벅찬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요? 은퇴하기 전에 꼭 한번 우승의 기쁨을 다시 누려보고 싶습니다.”
양준혁이 올해 41경기에 출장하면 또하나의 대기록이 달성된다. 역대최다 2112경기출장 기록(종전 한화 김민재코치, 2111경기)이다. 최다안타,홈런,타점,득점, 경기까지 정말 이런 선수가 다시 나올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대학졸업 후에 군복무를 마치고 25세에 프로에 뛰어들어 이런 성적을 냈다는게 그저 놀랍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SK 김성근 감독도 “후배들이 양준혁에게 배워야 할 것은 최선을 다하는 자세”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주 광주에서 만난 양준혁은 그 어느해보다 올해가 긴장된다고 했다.
“올해는 출장기회가 보장된 것이 아닌 만큼 더욱 더 집중해야 합니다.” 생각만으로도 왜 양준혁이 최고의 타자가 됐는지를 느낄 수 있다.
양준혁에게 42세의 나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는 아직도 젊은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여전히 배트 스피드는 살아있다. 양준혁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은 그가 오랫 동안 그라운드에서 뛰어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믿는다. 그가 올시즌 통산 14번째 3할을 쳐줄 것이라고….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