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벤치 한집살림

입력 2010-03-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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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아들 정준씨 SK, 전력분석코치 발령… 아버지와 아들 벤치 한집살림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부자(父子)가 감독과 코치로 벤치에 앉는다. 그 기록의 주인공은 SK의 김성근 감독,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이다. SK는 11일 김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의 코치 발령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팀장은 SK의 전력분석코치로 임명됐다. 즉 프런트 소속에서 코치로 신분이 바뀐 것이다. 하는 일은 같은데 왜 SK는 김 팀장을 굳이 코치로 임명해 덕아웃으로 옮겼을까. 두 가지 방향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덕아웃으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사정이 발생했다. 종전까지 김 팀장은 야구장 본부석 자리에서 전력분석 팀원들과 함께 데이터를 수집, 처리하면서 실시간으로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SK 덕아웃에 전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KIA는 ‘김 팀장이 바깥에서 SK 선수들에게 수신호를 보낸다. 덕아웃 바깥에서의 개입 행위는 규정 위반’이라고 집요하게 항의했다. 게다가 12초 룰 등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스피드 업 추진에 따른 데이터를 전달할 물리적 시간의 축소도 SK에 불리해졌다.

이밖에 덕아웃에 전자기기 반입금지 등 일련의 조치는 꼭 SK를 겨냥했다곤 볼 수 없어도 적어도 SK가 가장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뒤집어 보자면 SK의 전력분석 능력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김 팀장은 브레인 중의 브레인이다. 그렇기에 SK는 김 팀장에게 코치 명찰을 달아줘서 덕아웃에 ‘합법적으로’ 들어오게 함으로써 분석 자료가 선수에게 가는 경로를 단축시킨 것이다. SK의 ‘반격’이다.

둘째, 김 팀장이 코치가 되면 부수적 효과가 하나 더 발생한다. 자연스레 현장의 김 감독과 프런트와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발생하기 때문. 김 팀장은 김 감독에게 가감 없이 바깥얘기를 들려주고 직언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다.



충암고-연세대를 졸업한 김 팀장은 LG에서 1992∼1993년 2년간 뛰었다. 부상 등으로 선수로선 빛을 못 봤지만 1994년 프런트 전환 뒤 전력분석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본어에 능통한데다 타격 이론에 관한 조예도 깊다. 김재현, 박경완 등 SK의 베테랑 타자들과 절대적 신뢰관계를 쌓고 있다.

사실 김 팀장의 코치 임용은 작년 말부터 소문이 있었다. 당시 ‘김 팀장이 코치로서 경험을 쌓은 뒤 일본 연수를 갈 것’이라고 돌았는데 SK 프런트는 부인했다.

SK의 한 인사는 “(김 감독이)아들과 같이 덕아웃에 있는 점에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팀을 위한 일”이라는 대의에 입각해 아들의 코치 인선을 수용했다고 들려줬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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