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스타작곡가 다 모여라!]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아이돌스타 뒤엔 ‘천재 작곡가’가 있었네

입력 2010-03-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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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손을 거치면 히트송이 탄생한다. 아이돌그룹의 미다스 작곡가로 통하는 작곡가 방시혁(왼쪽·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과 조영수(오른쪽).

두 사람의 손을 거치면 히트송이 탄생한다. 아이돌그룹의 미다스 작곡가로 통하는 작곡가 방시혁(왼쪽·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과 조영수(오른쪽).

□ 아이돌그룹 미다스 작곡가 방시혁·조영수
- 히트 비결을 물으신다면…

과거의 아이돌과 요즘의 아이돌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음악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지금은 예전 아이돌 시장의 주류를 이루던 10대 뿐만 아니라 ‘삼촌 혹은 이모 부대’까지 등장할 정도로 팬 층이 두터워졌다는 점이 가장 크다.

지금의 30∼40대가 10년 전의 같은 세대와 비교해 젊게 사는 탓도 있겠지만, 그것 만으로 그들이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로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아이돌 가수에 열광하는 지금의 ‘삼촌과 이모’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귀엽고, 멋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노래가 좋지 않냐.” 아이돌 가수들이 스타 시스템에 기댄
마케팅 코드란 태생적 한계를 넘어 이제는 대중문화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거대한 현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 기본이란 역시 노래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른바 ‘아이돌 송’의 탄생은 1차적으로 노래를 쓰는 작곡가에게 달렸다. 지금 가요계에는 만드는 노래마다 기본적인 판매와 성공을 보장하는 ‘미다스의 손’들이 있다.

특히 대략 10명 안팎으로 추릴 수 있는 이들 작곡가 그룹에서 방시혁(37)과 조영수(33)가 차지하는 위치는 좀 더 특별하다.




‘죽어도 못 보내’ 방시혁
“2PM 박진영 이기려고 이 악물어”

‘너 때문에 미쳐’ 조영수
“소몰이 창법 지겨워 후크송 도전”


우선 방시혁은 백지영, 조영수는 SG워너비와 ‘동의어’로 여겨질 정도로 애절한 발라드가 전공이었던 사람들. 아이돌 신드롬의 도화선이 됐던 무한반복 멜로디의 ‘후크 송’과는 거리가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올 초부터 아이돌 음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들의 재료는 그룹 2AM과 티아라. 결과는 대성공이다. 방시혁은 ‘죽어도 못 보내’란 노래로 2AM을 올해 주목할 남성 아이돌 그룹에 올려놓았고, 조영수도 노래 ‘보핍보핍’으로 존재감을 보여준 티아라에게 ‘너 때문에 미쳐’란 노래를 선사하며 ‘인기 굳히기’를 가능하게 했다.


○ 방시혁 “창피하면 지는 거다.”

2PM과 형제그룹이란 탄생 배경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2AM은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의 작품이다. 2PM의 인기 고공 행진에 비해 가수로서 2AM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기대에 100%% 미치지는 못했다. 방시혁은 이를테면 2AM의 ‘구원투수’로 참여한 셈이다. 스포츠동아와 만난 방시혁은 2AM의 이번 음반이 성공한 이유를 묻자, 대뜸 “(박)진영이 형한테 지면 창피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믿고 맡긴 자식인데 망치면 창피한 것 아니냐”며 그는 2AM의 프로듀싱을 맡은 그 순간이 “어쩌면 작곡가로서 나선 이후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박진영이 만든 2AM과 방시혁이 손댄 2AM을 나중에 음악 팬들이 분명히 비교할 거란 전제 아래 방시혁이 꺼낸 카드는 노래 ‘죽어도 못 보내’이다. 이 노래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그에게 들어보면 역시 ‘후크 발라드’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돌 열풍의 핵이 반복 멜로디에 댄스 리듬을 갖춘 ‘후크 송’이었다면, 발라드에도 이런 적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때문인지 ‘죽어도 못 보내’는 노래의 속도만 발라드일 뿐, 후렴구가 꽤 많이 반복되는 후크 송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 조영수 “소몰이 전문이라고?”

조영수가 없었다면 SG워너비와 여성 트리오 씨야가 있을 수 있었을까. 그는 아이돌 가수의 열풍 바로 직전 가요계를 장악했던 ‘미디엄 템포’ 신드롬의 주인공이었다.

흔히 ‘소몰이 창법’으로 설명되는 미디엄 템포 송은 한때 공급 과잉을 빚기도 했다. 노래를 만드는 그조차 “지쳤다”고 털어놨을 지경. 그래서 지난해까지 수년째 저작권 수입 1위를 기록했던 조영수는 올해 들어 새로운 모험을 시도했다. ‘소몰이만 전문’이라는 대중과 음반업계의 편견을 깨기 위해 그는 자신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노래를 내놨다. 바로 티아라의 새 노래이자 요즘 각종 가요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너 때문에 미쳐’다.

‘너 때문에 미쳐’는 전형적인 후크 송의 형식을 띠고 있다. 조영수는 편견에 대한 도전으로 후크 송을 택했고, “나도 쓸 줄 안다”를 넘어, 보란 듯이 큰 히트를 기록했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다양한 트렌드에 따라 쏟아지는 대중문화 시장에서 아무리 한때 정상이라 한들 “유행에 뒤떨어지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조영수는 미디엄 템포 전문인 자신이 어떤 후크 송을 내놓을지 대중도 궁금해 했듯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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