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어니 엘스, 전 NFL 쿼터백 짐 켈리, 덕 플루티, 메이저리거 앨버트 푸홀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가족의 아픔이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아들이 모두 정신지체 장애아들이다.
엘스와 플루티는 자폐증, 푸홀스는 다운중후군, 켈리의 아들은 신경이 퇴행하는 희귀병 크라베병(Krabbe disease)을 앓고 있다. 엘스, 플루티, 켈리, 푸홀스는 분야별 최고의 선수들이다.
사실 이들에게 필드와 구장에서 우승과 승리를 위해 경쟁하는 것보다 아들의 병과 싸우는 일이 더 힘들다.
지난 2002년 NFL 명예의 전당(오하이오 주 칸톤)에 헌액된 켈리(50)는 미국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연설로 지켜본 이들의 눈물을 훔치게 했다. 켈리는 버펄로 빌스를 NFL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슈퍼볼에 진출시킨 뛰어난 쿼터백이었다. 불행하게도 키커의 실수로 버펄로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언론은 내 선수생활의 상징을 강인함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만난 가장 터프한 사람은 아들 헌터입니다. 그는 나의 영웅입니다”며 켈리는 희귀병과 싸우는 아들에게 명예의 전당 가입의 영광을 돌렸다.
목이 메인 켈리는 연단 앞에 휠체어에 의지하던 아들을 보며 감동의 연설을 했다. 희귀병 또는 정신지체 장애아를 둔 부모의 심정을 켈리가 명예의 전당 자리를 빌려 대변한 것이다.
이들 부모들은 아들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모두들 재단을 설립한 공통점도 있다. 푸홀스는‘푸홀스 패밀리 파운데이션’, 플루티는 ‘덕 플루티 주니어 자폐재단’, 켈리는 ‘헌터의 희망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엘스도 아들 벤(8)이 자폐증이다. 영국에 생활 기반을 두었던 엘스는 아들 벤의 치료와 교육을 위해 현재 플로리다 주피터에서 주로 거주하고 있다. 우승을 거둔 PGA 투어 2008년 혼다클래식, 올 WGC CA 챔피언십이 플로리다에서 열렸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을 듯하다.
엘스는 15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도랄에서 막을 내린 WGC CA 챔피언십에서 같은 남아공화국의 찰 슈웨젤을 제치고 지난 2008년 혼다클래식 이후 2년 만에 PGA 투어 챔피언에 올랐다. PGA 투어 통산 17차례 우승이다.
골프 팬들에게 엘스는 우즈 시대의 불행한 골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우즈와 동시대에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면 엘스는 세계 최고의 골퍼로서 손색이 없다. 우즈에게 패해 2위에 머무른 대회만 PGA 투어, 유럽투어를 포함해 모두 6차례다. 이 가운데 3번이 플레이오프에서 패했다.
엘스가 우즈를 2위로 밀어낸 적은 두 번이다.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도 우즈 때문이다. 엘스는 메이저대회에서만 2위를 무려 5차례나 했다. 2002년에는 우즈에게 마스터스, US오픈에서 밀려 2위에 그쳤다.
191cm의 장신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스윙폼으로 ‘빅이지’로 통하는 엘스는 2008년부터 골프백에 ‘Autism Speaks’라는 로고를 써놓고 부부와 함께 자폐아를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0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교육센터도 만들 예정이다.
위대한 골퍼 엘스의 또 다른 모습이다.
LA |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