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 42km… 매일 마라톤

입력 2010-03-21 17: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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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49로 국제부문 남자부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차지한 실베스터 테이멧(케냐)에게 오세훈 서울시장이 월계관을 씌워주며 축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

2:06:49로 국제부문 남자부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차지한 실베스터 테이멧(케냐)에게 오세훈 서울시장이 월계관을 씌워주며 축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

케냐 마라톤, 이래서 강하다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잠실주경기장까지 42.195km를 뛴 2010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 남자부 1위부터 4위까지는 모두 케냐의 차지였다. 여자부 3위(2시간26분58초) 캐롤라인 쳅타누이 킬렐(29) 역시 케냐 출신. 남자부 1위(2시간6분49초) 실베스타 테이멧(26)은 “우수선수들의 강력한 경쟁구도와 고산지대 거주로 인한 신체적 유리함”을 케냐마라톤의 강점으로 꼽았다.

●‘동아마라톤대회 우승하면 큰 집이 4채’
경기가 끝난 뒤, 도핑검사실. 남자부 3위(2시간7분35초) 폴 키프로프 키루이(30)는 “케냐에서는 큰 집 한 채가 2만 달러(2200만원)”라고 했다. 동아마라톤대회의 남자부 우승상금은 8만 달러(9000만원). 키루이에게 동아마라톤의 우승상금과 기록별 보너스 목록을 보여주자, 키루이는 옆에 있던 1위 테이멧을 가리켰다. “저 친구는 8만 달러에 4만5000달러(기록보너스)를 더 받을 것”이라며 부러운 기색. 12만5000달러를 움켜쥔 테이멧은 연신 순박한 미소를 던질 뿐이었다.

물론, 테이멧의 실수령액은 이보다 적다. 키루이는 “상금의 15%는 에이전트가 가져가고, 20%는 세금으로 뗀다. 우리 몫은 65%”라고 했다. 결국, 약 8만 달러가 테이멧의 호주머니로 들어온다. 케냐에서 큰 집 4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테이멧은 “내가 마라톤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부양)을 위해서”라고 했다. 케냐의 1인당 연평균 국민소득은 681달러(75만원·2003년 기준). 가난한 아이들이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마라톤 뿐이다. 유럽의 에이전트들은 이런 유망주들을 끌어 모아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시킨다. 테이멧의 여동생과 남동생 역시 마라토너 지망생. 2006로테르담 마라톤 2위 등 이미 세계적인 선수 반열에 올라서 있는 키루이는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그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고된 훈련을 이겨낼 수 있는 원천은 ‘헝그리 정신’이었다.

●왕복 42km의 등하교길, 학교 가는 길은 마라토너가 되는 길
케냐가 왜 중장거리에 강한지를 유전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는 스포츠과학자들 사이에서 이제 새로울 것이 없다. 다리가 가늘면서도 종아리 무게가 덜 나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쉽고, 골격근에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도움이 되는 효소가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테이멧은 여기에 덧붙여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고산지대를 달려왔다”고 했다.

학창시절, 테이멧의 집과 학교 사이의 거리는 10km. 매일같이 왕복 20km를 누볐다.
여자부 3위 킬렐의 통학거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집에서 학교까지가 정확히 21km. 왕복 거리가 마라톤 풀코스와 엇비슷하다. 킬렐은 “그렇게 먼 거리를 매일 뛰었냐?”는 질문에 “(너무 멀어) 학교를 가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여하튼 많이 뛰기는 했다”며 웃었다.

잠실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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