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루니. 스포츠동아 DB
미리보는 남아공 월드컵 - 축구황제 전쟁 개봉박두
월드컵은 말 그대로 ‘스타들의 경연장’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10남아공월드컵도 예외가 아니다. 사상 처음으로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펼쳐지는 탓에 여러 가지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이제 준비는 거의 완료됐고, 대회 조직위원회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성공적인 개최를 자신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수많은 스타들이 수놓을 초록 그라운드의 열전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하다. 새 역사를 창조할 2010년. 과연 어떤 스타가 이번 월드컵의 중심에 설 수 있을까.개인기·스피드·득점력 3박자 호날두
삼바군단 브라질의 중원 지휘자 카카
마라도나 능가 아르헨 작은거인 메시
英 자존심 루니·아프리카 영웅 드록바
5인5색 스타워즈…남아공이 뜨겁다
○레알 콤비를 주목하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콤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하얀 펠레’ 카카(브라질)는 이번 월드컵을 빛낼 최고 스타로 꼽아도 무리가 없다. 이들은 한솥밥을 먹는 절친한 동료이지만 남아공에서는 서로 적으로 만나야 한다. 나란히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포르투갈과 브라질이기에 ‘죽음의 G조’에서 펼쳐질 열전의 흥미 요소는 다분하다. 호날두가 가장 자랑하는 장기는 현란한 개인기를 활용한 드리블, 엄청난 스피드와 탁월한 득점 감각 등 하나씩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비록 호날두는 유럽 지역 1조 예선에서 치른 10경기 중 7경기에 나서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은 실로 대단하다.
부드럽고 간결한 볼 터치와 아름다운 궤적을 자랑하는 슛 등을 앞세울 카카 또한 부연이 필요 없는 스타다. 공격진과 허리진을 두루 오가며 ‘드림팀’ 브라질을 진두지휘 할 카카를 대적할 수 있는 이는 호날두가 유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허정무호는 ‘작은 거인’을 경계하라!
B조에 속한 허정무호에는 다소 달갑지 않지만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도 이번 월드컵을 빛낼 최고의 스타다. 작년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 풋볼’이 선정한 발롱도르의 수상자로 선정된 메시는 169cm의 단신을 극복, 화려한 개인기와 빠른 스피드로 필드를 장악했다.
예상과는 달리 남미 예선에서 다소 고전했어도 여전히 아르헨티나가 강호로 꼽히는 까닭은 ‘메시가 있음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작년은 메시를 위한 해였다. 소속 팀은 리그 및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도 왕좌에 올랐다. FIFA 올해의 선수상 또한 메시의 몫이었다. 앞선 2년 간 메시는 전체 순위 2위에 계속 머물렀기 때문에 의미는 더했다.
하지만 ‘올해의 선수상’ 징크스는 아르헨티나를 조금 불안하게 한다. 월드컵 전년도에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면 꼭 이듬해 월드컵 무대에서 좋지 못한 일을 겪었던 선배들 탓이다. 93년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는 94년 미국 대회 승부차기 실축, 2005년 호나우지뉴(브라질)는 2006년 독일 대회 8강 탈락 등 호된 시련을 겪었다.
그래서일까. 메시는 3월 뮌헨에서 가진 ‘전차 군단’ 독일과의 A매치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감독과 현지 언론들의 호된 비판을 받아야 했다. ‘액땜’이 될지 아닐지는 곧 드러나겠지만 흥미를 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종가’와 ‘무적함대’의 자존심은 내가
명예회복을 다짐하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맨유)도 만만치 않다. 4년 전 독일월드컵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퇴장을 당했던 루니는 유럽 예선에서 9경기, 9골이란 탁월한 득점력을 과시하며 이번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예고했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66년 대회 이후 44년 간 한 번도 월드컵을 평정한 바 없어 루니의 발끝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2008유럽선수권 제패로 고질적인 ‘우승 징크스’에서 탈출한 ‘무적함대’스페인의 공세를 이끌 다비드 비야(발렌시아)는 유럽 예선에서 7경기-7득점을 했다. 비야와 나란히 투 톱을 이룰 토레스(리버풀) 또한 유력한 영웅. 다만 월드컵 예선에서 한 골도 올리지 못했단 점은 스페인의 수장 델 보스케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네덜란드의 최전방 공격수 클라스 얀 훈텔라르(레알 마드리드)와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질라르디노(피오렌티나)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훈텔라르는 예선 8경기에서 고작 3골에 그쳤지만 네덜란드의 포워드 계보를 이어갈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로빈 판 페르시(아스널)와 아르옌 로벤(바이에른뮌헨)에게도 시선이 함께 쏠린다.
○ ‘검은 대륙’의 터줏대감
얼마 전, 2009년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이 선정한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로 꼽힌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록바와 가나의 마이클 에시앙 등은 익숙한 남아공 무대에서 아프리카 돌풍을 일으킬 주역으로 손꼽힌다.
드록바는 한국과의 3월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진 못했으나 ‘최고’란 명성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미드필더 에시앙은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 10경기에 출전, 한 골을 넣었으나 그의 진가는 득점력에 있지 않다. 어느 포지션을 맡든지 완벽한 기량을 뽐내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진을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다.
나이지리아의 존 오비 미켈은 ‘슈퍼 이글스’를 진두지휘할 최정예 독수리. 빼어난 공수 조율 능력을 갖춘 미켈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허정무호의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 4년 전, 독일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이번 대회를 통해 기필코 풀겠다는 각오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