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스포츠동아 DB
팀 간판 사이즈모어가 본 추신수
투수스타일 한번 상대하면 파악2년전 조언 받았지만 이젠 역전
성격 좋고 힘 좋고 유머감각도
추신수(28)가 클리블랜드 클럽하우스에서 누군가의 조언을 구하려 한다면, 굳이 멀리 둘러볼 필요가 없다. 올스타 3회, 골드글러브 2회, 실버슬러거 1회 수상에 빛나는 그래디 사이즈모어(28)가 바로 옆 라커를 쓰고 있으니까. 그들은 그라운드에서 나란히 붙어있을 뿐만 아니라(사이즈모어가 중견수, 추신수가 우익수다), 클럽하우스에서도 이웃으로 지낸다. 분명 두 선수에게는 좋은 일이다. 둘은 수 년 간 한솥밥을 먹으면서 서로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이즈모어는 추신수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메이저리거로서 이룬 성과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사이즈모어는 “모두가 지난해에 추신수의 능력을 봤다. 그가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전에는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지난해 붙박이 선수가 되면서 추신수도 좀 더 편안하게 자신의 재능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사이즈모어가 꼽는 추신수의 강점은 경기 전반적으로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는 능력이다. “추신수는 모든 기술을 다 갖췄다(He’s got all the tools). 수비할 때 필딩도 많이 발전했고, 팔에 마치 대포를 단 것처럼 송구가 좋다. 또 발도 빠르고, 타율도 높고, 파워도 있다”는 설명이다. 2년 전에는 추신수가 왼손 투수와의 승부를 힘겨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클리블랜드 역시 좌투수 상대 성적이 좀 더 좋아져야 충분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 때 추신수가 조언을 들으려고 찾아간 사람이 바로 같은 좌타자인 사이즈모어였다.
하지만 사이즈모어는 이제 그 충고가 양방향으로 흐른다고 귀띔했다. “예전에는 추신수가 나나 트래비스 해프너를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반쯤 지난 후부터는 우리가 그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추신수의 빠른 이해력도 사이즈모어를 감탄하게 하는 부분. 특히 상대 투수들을 파악하는 속도가 그렇다. “추신수에게 ‘어떤 투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최소한 네 번, 다섯 번, 혹은 여섯 번까지는 상대해봐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추신수는 단 한 번 상대한 후에 2루타를 때려낸다. 그럴 때면 ‘난 왜 저렇게 못 하지?’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프로그레시브 필드(클리블랜드의 홈구장)에서는 추신수와 사이즈모어의 라커가 나란히 붙어 있지 않다. 정규 시즌에는 더 이상 ‘라커 이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도 이들은 여전히 서로에 대한 존경과 우정을 지속할 듯하다. 사이즈모어는 “추신수는 성격도 좋고 에너지가 넘치며 뛰어난 유머 감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MLB.com 클리블랜드 담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