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 [사진제공=KLPGA]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근처 편의점집 딸이 큰일을 해냈다. 아버지 서용환(51) 씨는 딸에게 여러 가지 운동을 가르쳤다. 처음 시작은 수영이었다. 4살 때부터 배운 수영은 9살에 그만뒀다. 매일 물속에서 살다보니 중이염에 시달려 어쩔 수 없이 수영을 그만뒀다. 그 다음 스키를 배웠다.
그러나 겨울 스포츠이다 보니 여름에는 해외에 나가서 연습해야 하는 게 부담됐다. 부모님도 어린 딸을 해외까지 내보내야 하는 게 불안했다.
결국 스키도 그만뒀다. 수영과 스키에 이어 시작한 게 골프였다.
아버지와 함께 갔던 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워보라’는 프로의 권유를 받고 시작했다. 그때가 서희경이 11살 때다. 기초체력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운동을 배웠던 덕인지 골프에 소질을 보였다. 2년이 지난 13살 때부터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으니 빨리 실력이 늘었다고 할 수 있다.
중학교 진학 전 잠시 골프채를 놓기도 했던 서희경은 낙생고 재학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프로에 입단했다.
그러나 프로에 들어와서 서희경은 쉽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3년간 우승이 없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8년 8월 하이원컵SBS채리티오픈에서 뒤늦게 생애 첫 승을 신고하면서부터다.
그의 첫 우승 뒤에는 친구 홍란(24)의 우정이 있었다. 먼저 우승을 경험했던 홍란은 자신의 우승재킷을 서희경에게 벗어주며 우승을 기원했다.
기(氣)를 넘겨받은 서희경의 활약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존 신지애를 뛰어넘었다. 3개월 동안 무려 6승을 쓸어 담아 신지애에 이어 상금랭킹 2위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국내 1인자로 우뚝 섰다. 메이저 대회에서만 3승을 하는 등 총 5승을 하며 상금, 다승, 최저타수, KLPGA 대상을 싹쓸이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스포츠동아와 동아일보, 스포츠토토가 공동 주최한 동아스포츠대상 여자골프부문 올해의 선수로 선정돼 명실상부 국내여자골프의 지존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서희경은 국내 1인자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의 피부를 보면 지난겨울을 얼마나 혹독하게 보냈는지 알 수 있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탄탄해진 몸매가 작년 시즌 때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서희경은 12월 말부터 스승 고덕호 프로와 함께 전지훈련을 떠났다. 다른 선수들은 최소 2~3주 정도 휴식을 하고 전지훈련 계획을 세운 반면, 서희경은 12월 19일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이 끝나고 중요한 몇 개의 시상식에만 참석한 후 곧바로 하와이행 비행기를 탔다.
훈련은 7주간 이어졌다. 매일같이 연습장과 필드에서 시간을 보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웨이트 트레이닝이었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체력 훈련에 신경 썼다. 7주간의 훈련을 마친 서희경은 더욱 강해졌다. 드라이버 샷 거리가 20야드 정도 길어졌고, 아이언 샷이 크게 안정됐다.
훈련의 성과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2010 시즌 첫 출전한 ANZ레이디스마스터즈에서 유럽과 LPGA 투어의 강호에 맞서 공동 4위에 올랐다.
이어진 호주여자오픈에서도 공동 10위에 오른 서희경은 해외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스폰서 초청을 받아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컨디션이 좋았다. 이전까지는 LPGA 투어에 출전할 때 위축됐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마음이 편했다. 역시 마음을 비운 사람은 세상에서 무서울 게 없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