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 DB]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개막 2연승을 거둔 것뿐이지만 타 구단의 반응은 “두산이 강해졌다”다. 실제 28일 0-6으로 크게 뒤지던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그 뒤에는 김경문 감독의 적극적인 작전 지시가 있었다. 득점찬스에는 번트사인을 냈고, 실책을 범한 주전선수를 과감히 빼는 등 어느 때보다 빠른 결단력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과감한 번트작전
김 감독은 5회 전까지 번트사인을 좀처럼 내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러나 올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적극적인 번트작전을 펼치고 있다. 27일 잠실 KIA와의 개막전. 3회 선두타자 유재웅이 중월2루타로 출루하자 벤치에서 번트사인이 나왔다. 유재웅은 최승환의 번트 때 3루를 밟았고 손시헌의 우월 적시3루타 때 홈을 밟아 선제점을 뽑았다.
28일 경기에서도 8-9로 뒤지던 5회말 무사 1, 2루서 타격감이 좋은 이성열에게 번트를 대게 했다. 결과는 성공. 1사 2,3루 때 김현수의 중전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두산은 역전했다.
○주전도 못 하면 바로 교체
28일 선발로 나선 이현승은 1회 최희섭-김상현에게 연속홈런을 맞으며 무너졌다. 2회에도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뼈아픈 실책이 더해졌다. 1사 1, 2루 타석에 선 김상현이 2루수 쪽 평범한 땅볼을 쳤지만 이 볼을 고영민이 더듬었고 2루에 있던 안치홍이 전력 질주해 홈을 밟았다. 점수는 6점차로 벌어졌다.
김 감독은 곧바로 수비 도중 전날 2점홈런을 친 고영민을 과감하게 뺐다. 대신 오재원을 투입했다. 오재원은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4타수 2안타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5회 무사 1, 3루서 재치 있는 번트내야안타로 타점까지 올리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 감독은 “그때 (고)영민이를 뺀 것은 선발투수가 힘든 상황에서 수비까지 흔들리면 안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는 “(오)재원이가 그동안 열심히 했고, 비록 백업이지만 언제든지 경기에 나가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만족해했다. 단순한 선수교체였지만 주전선수들에게는 긴장감을, 백업선수들에게는 희망을 불어넣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본 셈.
김 감독은 ‘올해 두산이 강하다’는 평가에 “아직 개막 2연전을 했을 뿐 131경기가 남아있다”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그러나 시즌을 시작하기 전 밝힌 한 가지 다짐은 확고히 했다. “올해는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