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현곤.
이현곤은 그날 오전 1시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휴대폰을 꺼내들고 번호가 저장된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아차! 그 속에는 조범현 감독과 황병일 수석코치를 비롯한 모든 코칭스태프가 포함돼 있었다.
심야의 느닷없는 휴대전화 알림음에 화들짝 놀란 코칭스태프는 이현곤의 득남 소식을 듣고 축하하는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 그래도 기쁜 일이고 진심으로 축하했을 텐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꼭 문자를 보내야 했을까? 내일 경기에서 빼달라는 무언의 메시지?’
조 감독은 “단잠에 빠져 있다가 휴대폰 소리에 잠이 깼다. 시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그리고 이현곤이 아들을 얻은 날 광주 삼성전, 조 감독은 제자가 아들에게 홈런 선물이라도 해주길 바랐는지 득점기회에서도 대타를 기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현곤은 기쁨에 잠을 못 이뤘는지 연이어 병살타를 치며 고개를 숙였다. 하필 이날은 KIA의 홈 개막전, 그룹 임원들이 대거 광주구장을 찾았다. 득남은 기뻤지만 액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뼈아픈 병살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광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