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를 살린 ‘우+주의 아름다운 동행’

입력 2010-04-11 17: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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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주의 연속동반 왜 행운?

if 늑장 파트너였다면…다혈질 우즈 흥분 불 보듯
if 필 미켈슨이었다면…아내 사랑 스타에 비교 당해
if 양용은이었다면…챔피언십 역전패 기억에 흔들

“좋은 동반자 덕에 즐거웠습니다.”
타이거 우즈가 최경주(40)에게 꼭 해야 할 말이다.
지난해 11월 말, 의문의 교통사고에 이은 불륜 스캔들로 필드를 떠났던 우즈가 9일(한국시간)부터 열린 마스터스로 복귀했다. 복귀전은 세간의 관심사였다. 우즈가 황제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우즈는 1라운드에서 자신의 역대 마스터스 1라운드 성적 중 최고인 4언더파 68타를 쳤다.

2,3라운드에서도 내내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며 공동 3위에 올랐다.

우즈가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던 배경에는 최경주가 있다. 그는 최경주, 매트 쿠차(미국)와 1,2라운드를 함께 했다. 동반자의 음덕이었다.

골프는 동반자에 따라 기복이 심한 경기다. 어떤 동반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성적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만약 우즈가 늑장 플레이를 하거나 샷이 들쭉날쭉한 선수와 함께 플레이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또 성격이 급한 상대나 까칠한 선수와 함께 플레이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다혈질적인 우즈가 제 아무리 성질을 죽이고 차분하게 경기에 임하더라도 자제력과 리듬을 잃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우즈는 이 때문인 듯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함께 플레이를 펼친 최경주가 좋은 동반자였다”며 만족해했다. 3라운드에서 최경주를 만난 것도 행운이다. 만약 양용은이나 필 미켈슨을 만났더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우즈에게 양용은은 껄끄러운 상대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필 미켈슨은 더욱 피하고 싶은 상대다. 미켈슨은 PGA 투어 최고의 애처가다. 지난해 아내와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을 때 간병을 위해 투어를 중단하기도 했다. 가장 모범적인 스타의 이미지다. 게다가 미켈슨은 3라운드에서 연속 이글을 포함해 5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런 미켈슨과 우즈가 함께 플레이를 했더라면 팬들이 우즈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예상하기 힘들다. 우즈는 4라운드에서도 최경주와 플레이를 펼친다. 전 라운드를 최경주와 함께 한다. 우즈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껄끄러운 상대들을 피해 가장 무난한 상대와 함께 하게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한편 이번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는 최상의 조 편성을 만들었다. 영국의 자존심 리 웨스트우드와 PGA 투어의 매력남 필 미켈슨이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고, 필드위의 신사 프레드 커플스는 미국의 젊은 피 헌터 메이헌과, 양용은은 앤서니 김과 같은 조에서 플레이를 펼쳐 유럽과 미국, 아시아권 시청자들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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