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후배 감싼 박명환 “안그러면 혼나니까 ㅋㅋ”

입력 2010-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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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투수진의 리더 박명환이 100승, 더 나아가 150승을 올리겠다는 투지로 솔선수범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스포츠동아DB

LG 박명환은 8일 사직 롯데전에서 팀의 10-2 승리를 이끌고 972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11일 훈련을 마치고 잠실구장 덕아웃으로 들어온 그에게 취재진이 “의미가 남달랐을 텐데 롯데전 승리구를 챙겼느냐”고 짓궂게 물었다. 밝은 성격과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자랑하는 박명환은 “내가 뭘 했다고. 3년 만에 승리한 게 자랑이냐”며 웃었다.

“그래도 다음에 100승 공은 챙겨야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말에 그는 “무엇보다 허리도 아프지 않고 몸이 좋다는 게 기쁘다”면서 “100승은 물론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LG에서 한 일이 없다. 앞으로 LG 유니폼을 입고 150승을 하고 싶은 게 소망이다”며 부상으로 2년 넘게 보탬이 되지 못한 사실을 미안해했다.

박명환의 숨은 가치는 단순히 그날 1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8일 롯데전 4회말 2년생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으로 만루 위기에 몰리자 손짓으로 ‘괜찮다’며 다독였다.

LG는 그동안 ‘모래알 팀워크’로 눈총을 받아왔다. 야수가 실책할 때 일부 투수는 드러내놓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화가 난 야수는 그 투수가 등판할 때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허술한 수비로 답례(?)하기도 했다. 그래서 박명환의 동작 하나는 더 신선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이에 대해 박명환은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안 그러면 혼나니까”라고 말해 또 한번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투수조장 박명환의 솔선수범한 행동 하나는 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백 마디 말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생채기는 서로 보듬어줄 때 더 빨리 낫는 법이기 때문이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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