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조수미를 미치게 하는 것들] “밤새 술먹고도 거뜬…남학생 전원 홀딱 반해”

입력 2010-04-1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학창시절 조수미는 활달하고 강인한 체력을 지닌 ‘여걸’이었다. 남자보다 더 남자같던 여자 조수미는 이제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가 됐다. [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

■ 테너 박종호, 조수미를 말하다

활달한 성격 체력도 단연 으뜸
학창시절 이미 타고난 음악가

“완전히 남자였죠, 뭐.”

박종호는 동창생 조수미를 “활달하고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엄청나게 잘 놀던 친구”로 기억한다. 특히 체력에 관한 한 남자들도 못 당했다. 밤새 같이 술 마시고 놀고도 다음날 아침이면 멀쩡히 강의실에 나타나 남학생들을 놀라게 만들기 일쑤였다.

“하루는 딱 보니 전날 ‘심하게’ 논 모습이더라고요. 그 상태로 레슨을 받으러 들어가는데 우리는 ‘쟤 이제 죽었다’했죠. 담당교수님이 이경숙 선생님이신데 엄청 무서우시거든요. 그런데 수미가 노래를 딱 하니까 교수님이 ‘브라보!’하고 난리가 난 거예요. 그때 알았죠. ‘쟤는 타고 났구나’라는 걸.”

조수미가 서울대 음대사상 최고의 실기점수로 입학했다면 박종호는 입학 후 서울대 음대사상 최고의 실기학점을 받은 사람이다. 그런 그도 “나는 소리 좋은 학생이었고, 수미는 그때 이미 음악가였다”라고 털어놓았다.

조수미의 ‘터프함’을 느낄 수 있는 예고 때 수학여행 에피소드.

밤새 캠프파이어를 하며 놀고 싶은데 어느 정도 시간이 되자 학생부장 선생이 전원 ‘철수령’을 내렸다. 성격 급한 남학생이 항의를 했다가 모질게 혼이 났다.

그때 조수미가 나섰다. 큼직한 카세트라디오를 들고 불 꺼진 캠프파이어로 가더니 빵빵하게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며 학생들에게 “나와서 놀자”고 부추겼다.

“얘들이 창밖으로 그 모습을 보고 ‘와!’하고 놀랐죠. 저하고 몇몇이 나가서 ‘너 이러다 죽는다’고 말려도 요지부동이에요. 여하튼 걸물이었다니까요.”

대학 시절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교양과목 강의실에서 음대생과 사회대생이 함께 강의를 듣는 날이었는데, 강의가 시작되기 전 사회대생들이 ‘조수경(조수미의 본명)! 조수경!’을 연호했다고 한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조수미가 쓰윽 일어나 강의실 앞으로 나가더니 피아노 뚜껑을 열고는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우먼 인 러브’. 얼마나 기가 막히게 부르는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보다 더 잘 부르는 것 같았다.

이날 강의실에 있던 남학생 전원이 조수미에게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음은 물론이다.

○ 박종호는?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나와 테너 성악가,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에는 김종환이 작곡·작사한 ‘당신만은 못해요’를 발표하며 가수로도 데뷔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