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깨어난 지문, 살인자 찍다

입력 2010-04-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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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식별불능 ‘쪽지문’ 첨단감식법으로 분석
교파비방 이유 전직 교수 부부 살해 3명 검거
자신의 교파(敎派)를 비방한다는 이유로 전직 교수 부부를 살해한 일당 3명이 9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첨단수사 기법이 범인을 잡은 주역이었다.

충남 예산경찰서는 13일 자신들의 종교 지도자와 교리를 비방한다는 이유로 같은 종교집단 내 다른 계파 지도자인 전직 대학교수 부부를 살해한 이모(38·회사원), 장모(50·자영업), 심모 씨(48·회사원) 등 3명을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2001년 10월 25일 오후 8시경 예산군 예산읍의 홍모 씨(당시 66세·전직 교수) 집에서 발생했다. 이 씨 등은 홍 씨 집을 찾아가 유인하려 했으나 응하지 않자 홍 씨와 아내인 정모 씨(당시 62세)도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주변 창고에 유기했다.

이들은 시체를 창고까지 끌고 간 흔적을 말끔히 지워 버렸다. 집 방문자를 기록해 놓는 홍 씨의 노트 일부도 찢어 없애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했다.

살인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본래 이 지역 사람들이 아닌 이 씨 등은 바로 지역을 떠난 데다 평소 홍 씨와 원한 관계도 아니어서 모두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았다.

당시 홍 씨 집 안방에서 홍 씨 부부의 것이 아닌 머리카락과 쪽지문(완전하지 않은 지문)이 발견됐다. 그러나 머리카락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쪽지문은 읽어낼 수 없어 아무런 단서가 되지 않았다.

영구미제로 빠져들 뻔했던 이 사건은 올해 2월 말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경찰청이 날로 향상되는 지문 감식 기법을 미제 사건에 활용해 보는 과정에서 홍 씨 살인사건 당시 발견된 쪽지문이 이 씨의 것으로 드러났다. 9년 동안 죽어 있던 지문이 첨단 감식기법으로 깨어나면서 이 씨를 지목한 것이다.

예산경찰서는 이 씨를 10여 일 동안 미행하면서 그의 담배꽁초를 수거한 뒤 타액의 유전자(DNA)와 당시 사건 현장의 신원 미상의 머리카락 DNA와 비교해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이어 이 씨가 당시 문제의 종교 신자로 예산에서 활동했다는 사실과 그 이후 행적 등을 밝혀내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일당 중 장 씨는 같은 종교단체 행정실장으로 있다가 2002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 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 등이 오랫동안 경찰수사가 진전이 없자 각자 다른 지역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가 형사대가 들이닥치자 아연실색하는 표정이었다”며 “살인죄 공소 시효가 15년인 만큼 6년만 더 있었으면 영구미제 사건이 될 뻔했다”고 말했다.

예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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