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잠실구장. 삼성 채태인에게 “올 시즌 30홈런이 목표 아니었나”고 묻자 그는 고개를 푹 숙이며 웃었다. 개그맨 뺨치는 입심을 자랑하는 그는 “홈런은 커녕 2루타 1개밖에 못 치고 있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그건 꿈의 숫자고 목표는 30삼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삼진도 벌써 15개나 되니, 틀렸다 틀렸어”라며 웃었다.
이때 양준혁이 지나갔다. 채태인은 대선배를 보자마자 “사실 양준혁 선배님께 선구안 좀 배우려고 했어요. 그런데 잘 안 되더라고요”라고 고백했다. 그 얘기를 들은 양준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폭소를 터뜨렸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채태인이 언젠가 “어떻게 하면 선구안을 기를 수 있느냐”며 양준혁에게 진지하게 물어오자 양준혁은 “그게 가르친다고 되느냐”면서 “일단 공을 끝까지 잘 보고 잘 골라야한다”고 충고했다.
그런데 양준혁은 올 시즌 채태인의 타격 모습을 본 뒤 자신의 가르침을 취소해야만 했다. 채태인이 쳐야할 공도 침착하게 구경만 하면서 서서 삼진을 당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
양준혁은 “비슷하면 치는 놈인데 공만 고르고 있어서 그냥 원래 치던 대로 치라고 했다”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채태인은 “선배님이 끝까지 공을 보라고 해서 그랬을 뿐인데…. 공만 쳐다보다 삼진만 몇 개냐”며 자신을 타박했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