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4월의 광주에 눈이라니…”

입력 2010-04-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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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사상 최초 눈 때문에 경기취소
광주 토박이 김상훈“태어나서 처음이야”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눈이 내려 경기가 취소된 14일 광주구장에는 놀라움과 황당한 표정이 가득했다.

시작은 오후 5시30분경. 잔뜩 흐리던 하늘에서 갑자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두산 김경문 감독은 “설마 진짜 눈이 내리는 거야?”라고 반문했다. 운동장을 뛰고 있던 두산 히메네스는 급히 덕아웃으로 돌아와 “진짜 눈이냐?”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날씨가 따뜻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히메네스는 “그라운드를 한 10바퀴 뛴 것 같은데 날씨가 쌀쌀해 땀도 나지 않고 눈까지 온다”며 난롯가에 앉아 추위를 녹였다.

감독실에서 경기를 준비 중이던 KIA 조범현 감독은 눈이 내린다는 보고를 받고 1루 덕아웃으로 나와 3루 덕아웃에 있던 김경문 감독에게 팔로 ‘X’자 신호를 보내며 경기 취소를 바랐다. 김 감독도 조 감독에게 ‘X’자와 ‘OK’ 신호를 함께 날리며 “오늘 같은 날 야구하면 다칠까봐 걱정된다”고 간절한 마음을 보탰다.

광주 토박이인 KIA 김상훈은 “올해 서른넷인데 4월에 광주에서 눈이 내리는 건 태어나서 처음 본다. 하늘이 미쳤다”고 탄식했다. 10일 입국한 KIA 새 외국인 투수 라이트는 눈을 직접 맞으며 “원래 한국 날씨가 이러냐?”며 당황해했다.

서둘러 그라운드로 나와 직접 기상상태를 확인하던 김재박 경기감독관은 난감해하다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관은 “아마추어, 선수, 코치, 감독 다 포함해도 4월에 눈이 내리는 건 처음 본다. 강설 취소도 처음일 거다”라며 서둘러 기상예보를 확인했다. 오후 6시부터 눈보라가 더 거세게 날리자 김 감독관은 9분 뒤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 싸라기눈이었지만 강한 바람이 동반돼 경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강설 경기취소는 올해 7차례를 비롯해 시범경기에서는 종종 있었지만 정규시즌 들어서는 역대 최초다.

광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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