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제구가 살자 배영수도 살아났다”

입력 2010-04-1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 선동열 감독이 ‘에이스’ 배영수의 부활에 흐뭇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강속구는 버렸지만 뛰어난 제구력으로 시즌 2승째를 올렸고 방어율 0점대를 기록 중이다. 스포츠동아DB

선동열감독이 본 에이스 부활의 6가지 비결
강속구 미련에 컨트롤 난조로 작년 부진
템포피칭 눈뜨고 몸쪽승부·밸런스 개선
상대팀 변신 혼란·되찾은 자신감도 한몫


삼성 배영수(29)는 올 시즌 부활의 전주곡을 울리고 있다. 과거처럼 불같은 강속구는 아니지만 변신을 통해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한 모양새다. 올 시즌 3경기에 등판해 2승무패를 기록 중이다. 승수보다 투구내용에 더욱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총 19이닝을 던져 단 1실점, 방어율(0.47) 1위를 달리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방어율 0’을 기록한 게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배영수는 WHIP(이닝당출루허용)도 0.79에 불과하다. 이 역시 규정이닝에 포함된 투수 중 가장 좋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어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의 페이스는 분명 생애 최악의 성적을 올린 지난해(1승12패 방어율 7.26)와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1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배영수의 성공적인 변신을 크게 6가지로 설명했다.


○제구력
선 감독은 “지난해까지 볼 스피드 회복에만 욕심을 내다 제구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올해는 낮게낮게 던지면서 제구력이 되니 안타를 안 맞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배영수는 전성기에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우습게 던졌지만 2007년 1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뒤 140km를 넘기기가 힘겨웠다. 강속구 투수가 강속구를 포기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그러나 선 감독은 줄곧 “예전의 배영수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채찍질을 가했고, 배영수도 마침내 현실을 받아들였다. 물론 날씨가 따뜻해지면 구속은 더 올라갈 전망. 배영수는 궁극적으로는 아직 구속을 포기한 상태는 아니다.


○템포투구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어차피 타이밍 싸움이다. 선 감독은 “투구 템포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 구속 완급조절뿐 아니라 투구폼으로도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며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고 봤다.


○몸쪽승부

구속에 자신이 없으면 투수는 도망가는 피칭을 하게 마련이다. 몸쪽 투구는 실투하면 장타를 허용하기 때문. 배영수는 지난해 생애 최다인 18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몸쪽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선 감독은 “130km 공이라도 몸쪽으로 던져 타자에게 그 공을 인식시켜야 바깥쪽 공도 살 수 있다. 몸쪽으로 던진 뒤 주무기인 바깥쪽 슬라이더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밸런스
선 감독은 항상 밸런스를 강조한다. 좋은 밸런스에서 좋은 공이 나오고, 밸런스가 나쁘면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 선 감독은 “어제(13일)에도 최고구속은 140km였다. 같은 130km대 공이라도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공끝이 다르다. 밸런스가 좋기 때문이다”고 평가했다.


○상대팀 혼란
선 감독은 “상대팀이 예전의 배영수로 생각하고 나왔다가 다른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나도 1992년에 어깨를 다친 뒤 마무리로 돌면서 93년부터 엉거주춤 투구폼으로 변신했다. 프로선수는 옛날 것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현실에 맞게 변신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유니폼을 벗는 길 뿐이다”고 말했다.


○자신감

야구는 멘털 스포츠다. 그런 면에서 선 감독은 배영수가 자신감을 찾은 점을 반겼다. “시즌 초반만 해도 스스로 긴가민가하는 표정이었다. 지난해까지 근심이 많은 얼굴이었는데 승리를 하다보니 표정이 굉장히 밝아졌다”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호투를 더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