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멀티미디어로의 여행을 떠나자
광디스크의 시대는 끝났는가?요즘은 DVD(9.4GB)의 효용성이 예전만 못하다. 왜냐하면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GB(Gigabyte: 기가바이트)의 1,000배인 TB(Terabyte: 테라바이트) 단위로 올라갔고,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 덕분에 주문형 비디오나 영화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굳이 데이터를 광디스크에 담아둘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광디스크가 전혀 필요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미디어가 여전히 필요하고, 광디스크는 용량 대비 가격이 하드디스크나 USB 메모리에 비해서 싼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블루레이는 장당 최대 50GB가량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
다만, DVD가 이젠 용량의 한계에 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등장한 ‘다음 타자’가 바로 블루레이디스크(Blu-ray Disc/이하 블루레이) 다. 약자로 BD라고도 하는 이 매체는 겉보기엔 DVD와 비슷하지만 한 장의 용량이 약 50GB에 달해 DVD보다 훨씬 고품질인 HD급(High Definition)의 영상과 음향을 담을 수 있다. 이 때문에 DVD를 대체하는 영상 저장 매체로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영화 타이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상의 다운로드 서비스나 IPTV 등을 이용해도 HD급의 영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회선의 속도제약 때문에 불가피하게 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압축시키는 일이 많아서 블루레이와 비교하면 품질이 떨어진다. 그리고 만약 ‘소장’의 개념을 중시하는 AV 매니아라면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영화 서비스에 만족할 수가 없을 것이고, 블루레이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플먼트(supplement: 제작과정, 설정자료, 다국어지원 등) 서비스를 포기하기도 아까울 것이다.
해당 영화의 제작과정이나 설정자료 등의 서플먼트도 감상할 수 있는 점도 블루레이의 매력이다
다만, 블루레이를 ‘제대로’ 보려면 고가의 전용 플레이어와 대형 TV, 그리고 5.1채널 서라운드 시스템까지 갖추는 것이 좋지만 이는 제법 부담이 된다. 물론 이와 반대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블루레이를 보는 방법도 있다. 바로 PC에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장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사용도 간단하다. 이번에 소개할 삼성전자의 SH-B083는 블루레이를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CD나 DVD를 굽는 것도 가능한 다기능 제품이다.
무난한 외관에 하이그로시 전면 패널로 은근한 멋 내
ODD(Optical Disk Drive: 광디스크 드라이브)는 PC 내부에 장착되기 때문에 제품 외관에 멋을 부리는 일이 별로 없다. 다만, 디스크 트레이가 나오는 전면 패널 부분의 디자인은 PC 전체의 디자인에 제법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경 써서 봐야 할 부분이다. 삼성 SH-B083는 전면 트레이 부분에 고광택 패널을 덧대고, 동작 LED와 일체화된 L자 모양의 오픈 버튼으로 개성을 살렸다.
트레이를 열어보면 디스크 거치 영역 주변에 디스크를 잡아주는 4군데의 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은 ODD를 가로뿐만이 아니라 세로로 본체에 장착하는 일도 많아서 이런 홈이 꼭 필요하다. 삼성 SH-B083를 세로 형태로 본체에 장착해봤는데, 디스크를 잘 잡아주는 것을 확인했다.
SATA 인터페이스 사용, 무난한 설치 편의성
예전의 하드디스크나 ODD는 IDE(Integrated Drive Electronics)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했지만 요즘 IDE 방식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고, SATA(Serial ATA) 방식의 인터페이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SATA 인터페이스는 IDE 인터페이스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고 케이블의 폭이 좁아 본체의 내부 정리가 편하다. 삼성 SH-B083 역시 SATA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성능과 설치 편의성을 높였다.
(위)설치가 편한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아래)SATA용 데이터 커넥터(왼쪽)와 전원커넥터(오른쪽)의 모습
삼성 SH-B083는 일반적인 내장형 ODD이기 때문에 설치 방법도 별 특이할 것이 없다. 일단 PC 본체의 측면 커버를 열고 5.25인치 베이의 나사를 풀어 기존의 ODD를 제거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삼성 SH-B083를 삽입하고 나사를 조여 고정한 뒤 본체의 측면 커버를 닫으면 설치가 끝난다.
케이스의 커버를 열고 5.25인치 베이에 삼성 SH-B083를 나사로 고정하면 설치가 끝난다
이렇게 하드웨어적인 설치가 끝났으면 다음은 소프트웨어 차례다.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와 같은 기존의 소프트웨어로 CD나 DVD는 플레이할 수 있지만 블루레이는 불가능하므로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줘야 한다. 삼성 SH-B083는 블루레이 구동 및 전반적인 멀티미디어 작업을 할 수 있는 사이버링크(CyberLink) 사의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제공하는데,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삼성 SH-B083 블루레이 드라이브에서 제공하는 사이버링크 소프트웨어 패키지 목록>>
CyberLink PowerDVD 7 : DVD 및 블루레이 영화 재생기
CyberLink PowerProducer 5 : 영화 DVD 및 슬라이드쇼 디스크 제작
CyberLink MediaShow 4 : 사진 및 동영상 편집기
CyberLink Power2Go 6 : 데이터 디스크 제작 및 복사
CyberLink InstantBurn 5 : CD나 DVD를 하드디스크처럼 사용하는 패킷 레코딩 솔루션
CyberLink LabelPrint : 디스크 및 케이스 표지 제작용 툴
CyberLink BD Advisor 2 : 해당 PC의 블루레이 재생 가능 여부 테스트
표정과 숨결까지 생생한 풀 HD급 블루레이 영상
삼성 SH-B083로 할 수 있는 작업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당연히 블루레이 영화 감상이다. 함께 제공되는 파워 DVD 7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심슨 더 무비’, ‘007 카지노로얄’, ‘블랙호크다운’등의 블루레이 타이틀을 감상해보았는데, 역시 풀 HD급(해상도 1,920x1,080)의 영상이다 보니 SD급(해상도 720x480) 화질을 가진 기존의 DVD와는 차원이 다르다. DVD급 화질에서는 볼 수 없는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과 피부의 질감, 그리고 섬세한 배경 묘사까지 잡아낸다.
‘007 카지노 로얄’의 한 장면을 캡쳐했다. DVD버전(좌측)에 비해 블루레이 버전(우측)의 화질이 월등히 우수하다.
음향 역시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카지노 로얄’이나 ‘블랙호크 다운’과 같은 상당수 블루레이 타이틀이 막대한 용량의 ‘무압축 PCM’ 방식 5.1채널 음향을 수록하고 있다. 이 경우, 한 디스크에 음향 데이터만 수십GB 정도의 용량을 차지한다. 무압축 PCM 음향은 MP3나 WMA와 같이 용량을 압축/편집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촬영 현장이나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향을 그대로 전해들을 수 있어, 극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무압축 PCM 5.1 채널을 지원하는 ‘카지노로얄’ 블루레이 버전의 디스크 전체 용량은 44GB에 달했다
다만, PC와 모니터를 DVI 케이블(디지털 방식)로 연결한 경우, 일부 시스템에선 블루레이 영상을 볼 수 없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블루레이는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HDCP(High-bandwidth Digital Content Protection) 규격을 준수하지 않는 그래픽카드나 모니터가 아니면 디지털 방식으로 영상을 출력할 수 없다. 자신의 그래픽카드나 모니터에 HDMI 포트가 달렸다면 일단 HDCP를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HDMI가 없다면 제조사에 직접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그래픽카드와 모니터가 HDCP를 지원하지 않는다 하여 블루레이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엔 D-Sub 케이블(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면 간단히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다만, 화질은 DVI나 HDMI보다 약간 떨어진다).
HDCP를 지원하는 모니터가 없다면 DVI 대신 D-Sub로 화면을 출력하면 된다
홈시어터 시스템과의 연동도 가능
블루레이의 고화질과 고음질을 제대로 즐기려면 대형 HDTV와 입체음향이 결합한 홈시어터 시스템이 제격이다. 다만,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고가의 블루레이 전용 플레이어가 필요한데, 요즘 PC들은 HDMI 포트 및 디지털 음성 출력 포트를 갖춘 경우가 많아 블루레이 드라이브만 추가하면 전용 플레이어 대신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소니 브라비아 W’ 풀 HDTV 및 ‘야마하 V530’ 디지털 앰프로 꾸민 홈시어터 시스템을 삼성 SH-B083를 장착한 PC와 연결하여 블루레이 영화 구동 테스트를 해보았다. 이 테스트에 사용한 PC는 아수스의 780G 메인보드와 AMD 애슬론 X2 5600+ 듀얼코어 CPU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메인보드 자체에 HDMI 포트가 붙어 있어 별도의 그래픽카드 없이도 영상을 출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테스트용으로 영국 BBC에서 제작한 자연 다큐멘터리인 ‘살아있는 지구(Planet Earth)’의 블루레이 버전을 구동해보았는데, 사용한 PC가 그다지 고사양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영상이나 음성이 끊김 없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화질이나 음질 역시 전용의 플레이어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PC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필요하기에 리모컨으로 편하게 조작하는 전용 플레이어에 비해 다소 불편한 감이 있지만 아무튼 기본적인 감상에는 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삼성 SH-B083를 장착한 듀얼코어 사양의 PC에 홈시어터 시스템을 연결해 블루레이를 감상했다
CD/DVD 레코딩 기능도 평균 이상
삼성 SH-B083은 기본적으로 블루레이 플레이어 + CD/DVD 레코더의 형식을 갖춘 제품이다. 아쉽게도 블루레이 레코딩 기능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블루레이 레코딩 기능까지 갖춘 제품은 가격이 2배 가까이 껑충 뛰어버리는데다, 현재 블루레이 공 미디어의 가격도 비싸서 아직은 효용성이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CD/DVD 레코딩 기능만 가지고 있어도 큰 불편은 없을 듯하다.
삼성 SH-B083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사이버링크의 Power2Go 6를 이용해 CD/DVD 레코딩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최대 레코딩 속도는 CD가 48배속, DVD(싱글 레이어 기준)는 16배속이다. 실제로 각 디스크의 용량을 꽉 채워서 레코딩을 해보니 CD(700MB)는 2분 38초, DVD(4.7GB)는 5분 52초에 레코딩을 끝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레코딩 속도가 느려서 답답함을 느끼진 않을 듯하다.
CD는 2분 38초, DVD는 5분 52초에 레코딩을 끝낼 수 있었다. 레코딩 도중에 다른 작업을 하면 배속을 낮추거나 레코딩을 잠시 중단해 버퍼언더런을 방지한다
CD나 DVD는 한 번 레코딩을 시작하면 끊김 없이 일정한 속도로 데이터를 데스크에 전송받아야 한다. 만약 레코딩 도중에 다른 작업을 해서 데이터 전송이 순간적으로 느려지거나 끊기면 데이터의 전송의 공백이 생기면서 레코딩 작업이 실패하는데, 이를 버퍼 언더런(Buffer Underun)이라고 한다. 하지만 삼성 SH-B083는 버퍼 언더런 방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레코딩 도중에 데이터 전송속도가 느려지면 레코딩을 잠시 멈추거나 레코딩 작업의 속도를 늦춰 버퍼 언더런을 방지한다. 실제로 DVD 레코딩 도중에 인터넷 브라우저 창을 열어 보았는데, 순간 레코딩 속도가 16배속에서 4배속으로 낮춰지며 버퍼 언더런이 방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고품질 멀티미디어 매체의 정점에 설 수 있을까
플로피디스크로 시작한 PC의 휴대용 저장 디스크는 CD로, 그리고 DVD로 발전을 거듭했으며, 지금은 블루레이까지 진화한 상태다. 단순히 이런 흐름만 본다면 지금쯤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폭발적으로 보급되고 있어야 할 시기이지만, 인터넷 및 USB 메모리, 외장 하드 등의 인기 때문에 블루레이의 본격적인 보급은 상당히 늦어진 상태다.
광디스크가 단순한 저장매체로서의 가치가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경로로 얻을 수 있는 고품질 멀티미디어 매체로서의 가치는 다른 저장장치에 비해 월등하다. 특히 블루레이는 그 정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삼성 SH-B083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블루레이 보급의 선두에 선 제품 중 하나로서, 탄탄한 기본성능과 다양한 응용소프트웨어가 돋보인다. 앞으로도 이러한 제품들이 꾸준히 출시된다면 블루레이의 시장 확대도 기대해 볼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