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어’로 압박…메시가 갇혔다

입력 2010-04-21 16: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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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DB

‘메시 봉쇄’ 해법 찾기

인터밀란 맨투맨 아닌 공간차단 주력
챔스리그 4강 1차전서 바르샤 제압

공격루트 막히자 측면 포기 중앙침투
매치업 상대 캡틴 박지성 꼭 필요해
메시 때문에 살았던 FC바르셀로나(스페인)가 메시 때문에 죽었다.

바르셀로나는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인터 밀란(이탈리아)에 1-3으로 역전패, 2연속 유럽 클럽 정상 등극이 어려워졌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19분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인터 밀란의 스네이더르(전반 30분)-마이콘(후반 3분)-밀리토(후반 16분)에 연속 실점했다. 메시(아르헨티나)는 이날 부진했다.

2차전은 29일 바르셀로나 홈에서 열린다.


● 중앙으로 쏠린 메시

바르셀로나는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유럽 내 항공 대란이 일어나자 스페인에서 이탈리아까지 육로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 1박2일 코스의 긴 여정은 선수단을 지치게 했고, 이는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게끔 했다.

버스에서 보낸 14시간 여정의 여파 탓일까. 메시는 내내 부진했다.

이브라히모비치-페드로 로드리게스와 함께 스리 톱에 배치된 메시는 오른쪽 측면에서 시작했으나 대부분 움직임은 중앙에 쏠렸다.

행동반경도 좁았다. 팀 내에서 4번째로 적은 8.228km를 뛰는 데 그쳤고, 슛도 2번에 머물렀다.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10.111km를 뛰고, 인터 밀란 공격수 스네이더르와 에투가 각각 10.522km, 8.825km를 뛰었다.

모두의 찬사를 받은 아스널(잉글랜드)과 대회 8강전에서 보여준 위용은 온데간데 없었다. 당시 아스널의 웽거 감독은 “메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축구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갈채를 보냈지만 인터 밀란전에서 드러난 메시의 플레이는 최악에 가까웠다.


● 무리뉴의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인터 밀란은 메시를 아주 효율적으로 봉쇄했다.

맨투맨 형태가 아닌 지역 방어를 기본으로 하면서 공간 차단에 주력했다.

메시가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배급받으면 곧장 상대 미드필더 판데프와 캄비아소가 달려들었다. 여기에 중앙 공격수 스네이더르와 인터 밀란의 오른쪽 측면 날개 티아구 모타가 협력 수비로 뒷공간을 차단, 혹시 나올 수 있는 메시의 돌파를 미리 대비했다.

번번이 공격 루트를 빼앗긴 메시는 어쩔 수 없이 좌우 사이드를 포기하고 줄곧 중앙으로 침투로를 바꿨지만 효율적인 드리블이 이뤄지지 못했다.

일단 메시가 차단당하자 천하의 바르셀로나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메시의 패스 성공률이 비교적 높았다는 점. 50차례 패스를 시도한 메시는 이 중 41개를 성공시켜 82% 성공률을 기록했다.

인터 밀란 무리뉴 감독은 “우린 대인 방어가 아닌 지역 방어를 택해 성공적으로 바르셀로나의 공세를 막았다. 포지션 간격을 최소로 좁혔고, 공간을 줄여 상대가 볼을 가졌을 때 선택의 폭을 줄였다”고 승인을 밝혔다.


● 허정무호도 비책 찾았다

무리뉴 감독이 시도한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최전방 공격진에서 시작되는 인터 밀란의 전방위적 압박과 협력 수비는 메시뿐만 아니라 세계 최강이라던 바르셀로나의 호화 공격진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이는 허정무호에도 상당한 의미를 준다. 대표팀은 월드컵 조 편성이 끝난 후부터 메시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대표팀에서 메시의 플레이가 담긴 영상자료를 편집해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전달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미 (메시 봉쇄) 해법은 찾았다. 우리도 대인 방어보다는 인터 밀란이 시도한 지역 방어가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귀띔했다.

허정무호는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대표팀에서 보여주는 메시의 플레이 패턴과 공간 활용이 다른 점에도 초점을 뒀다. 바르셀로나에서 메시는 포지션과 역할에 국한 받지 않는 ‘프리 롤’로 활용된다. 아르헨티나대표팀에서도 메시는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고루 뛰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행동반경이 제한된다. 이는 마라도나 감독이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허정무호의 캡틴 박지성(맨유)의 경험과 역할이 필요하다. AC밀란(이탈리아)의 플레이메이커 피를로를 올 시즌 챔스리그 16강전에서 효과적으로 막아냈고, 2007~2008시즌 대회 4강에서 메시와 직접 만나 판정승을 거둔 박지성이다. 아르헨티나와 대결에서 박지성은 측면이 아닌, 중원 한복판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메시를 겨냥해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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