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호기심천국] 견제, 좌완이 강하다고? 대도 “우린 달라”

입력 2010-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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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사진) 김광현으로 대표되는 좌완 투수들은 한국프로야구를 지배하고 있다. 과연 좌완투수의 공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는 것은 정설일까 속설일까? 스포츠동아 DB

좌투수에 얽힌 속설 2가지…오해와 진실은?

바야흐로 좌투수의 전성시대다. 최고투수로 꼽히는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을 비롯해, 올 시즌 완봉승을 거둔 3명의 투수 가운데 2명(장원준·금민철)이 좌완이다. 야구는 왼손잡이가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좌투수의 장점은 ‘1루까지 달리는 거리가 한 두 걸음 짧고 스타트도 유리하다’는 식으로 무 자르듯 떨어지지 않는다. 좌완의 이점으로 ‘1루주자 견제’를 꼽는 전문가도 있지만 일부주자들은 “난 도리어 좌완이 편하다”고 일갈한다. 좌투수라고 홈 플레이트에서 더 가까운 거리에서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타자들은 “좌완의 공이 더 빨라 보인다”고 말한다. 좌투수에 대한 정설 혹은 속설들을 야구인들의 의견과 통계를 통해 검토했다.


○좌완의 1루견제, “눈 뜨고 도둑질 하기는 쉽지 않지”

일반적으로 주자를 바라보는 좌완은 1루 견제가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 뜨고 있는데 도둑질하기기가 쉽겠냐?”는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의 한 마디가 모든 것을 함축한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09프로야구에서 1루견제아웃(견제도루실패+견제사)은 총 82회가 나왔는데 이 중 좌완투수(41회)가 기록한 비율은 50%%였다. 2009프로야구등록투수(250명) 가운데 좌완(52명)비율이 24.8%%, 전체투구이닝(9447.2)에서 좌완(2735.2이닝)이 소화한 비율이 29%%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1루 견제아웃을 가장 많이 기록한 장원준(6회)과 공동2위 이현승, 조현근(이상4회)도 모두 좌완이다. 도루허용율 역시 좌완(0.636)이 우완(0.765)에 비해 낮았다. 장원준(롯데)은 “일단 좌투수는 퀵모션이 느려도 견제로 커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좌완의 견제아웃 41번 중 견제도루실패가 30회에 이른다는 점이다. 우완도 똑같이 41번의 견제아웃을 기록했지만 견제도루실패는 11회에 그쳤다. 이것은 스타트하는 주자를 보면서, 투구 또는 견제 동작을 취할 수 있는 장점이 발휘된 결과다. 장원준의 견제아웃(6회) 가운데도 견제도루실패가 5회로 다수.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본질적으로 좌완의 1루견제 장점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좌완의 1루견제 ‘마음의 결정 먼저하면 지는 것’

하지만 견제능력도 좌완마다 천차만별. 롯데 양상문 투수코치는 “최근 퀵모션이 강조되면서 좌완의 견제능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견제보다 퀵모션을 통해 주자를 잡으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보크 규정이 강화된 것도 이유다.

주자가 뛰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고 모든 좌완이 다 견제구를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재영(넥센)은 “일단 투구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견제 동작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면서 “경험 없는 투수는 시야에 주자가 들어오는 상황이 도리어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좌완은 이미 다리를 들어올리는 순간, ‘견제냐 투구냐’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오른다리를 든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정지하거나, 오른 무릎을 안쪽으로 조금만 틀어도 무조건 투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보크. 눈뜨고도 도둑맞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양 코치는 “장원준이나 봉중근 정도가 주자의 움직임에 따라 ‘견제냐, 투구냐’를 결정하는 좌완”이라고 밝혔다.


○“투수가 주자보듯 주자도 투수봐” 대도는 좌완이 편해

주자 입장에서도 좌완이라고 항상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역대최다도루(550개)기록 보유자인 SK 전준호 코치는 “현역시절 좌완이 도루하기 더 편했다”고 회상했다. 이종범(KIA) 역시 전성기 시절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전 코치는 “좌완의 경우 리드를 한 발 더 나갈 수 있다”고 했다. 1루주자를 등지고 있다가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 견제구를 던지는 우완보다 좌완의 견제구 속도가 일반적으로 더 느리기 때문이다. 단 투구판에서 왼발을 빼면서 손목스냅으로 빠른 견제를 던지는 봉중근이 마운드에 있을 때는 예외. 투수가 주자를 본다면, 주자도 투수를 주시한다.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투수의 버릇(쿠세)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노련한 주자에게는 장점이다. 전 코치가 주자에게 강조하는 점은 “발”보다 “눈.” 일부 투수들은 견제와 투구 동작에서 시선, 글러브의 위치, 발의 모양 등이 차이가 난다. 이 버릇을 잘 파악하면 빠른 스타트로 내야진을 흔들 수 있는데, 경험이 적은 좌완은 자신의 약점을 쉽게 간파 당한다.



○좌완체감구속 높은 이유 “몸쪽공이 두려워서”

‘같은 구속이면, 좌완의 공이 3∼4km 더 빨라보인다’는 속설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일단, 이대호는 “나는 전혀 모르겠다”는 무신경파. 강민호(이상 롯데)처럼 “나는 우타자라서 오히려 좌완이 좋다”는 좌완애호형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감이 있다”는 타자들도 적지 않았다. 양상문 코치는 이에 대해 “타자가 느끼는 위협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좌완의 공은 우 타자의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향하는 궤적을 유지한다. 타자 입장에서 순간의 두려움은 구속 증가라는 시각적 효과를 낳는다. 동일한 속도의 자동차라고 해도 멀리서 보는 것보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자동차가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롯데 박계원 코치는 “이런 점 때문에 우타자의 경우 좌완의 바깥쪽보다 몸쪽공이 더 빨라 보인다”면서 “현역시절 몸쪽으로 향하다 급격히 꺾이는 구대성의 직구는 구속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같은 이유라면, 좌타자는 우투수의 몸쪽 공을 더 빠르게 느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증언은 쉽게 들을 수 없었다.


○“좌완 높은 체감구속, 생소하니 히팅포인트 늦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만약 김광현, 류현진 같은 투수가 주류라면 윤석민(KIA)의 공이 더 빨라 보일 것”이라며 ‘희소성’을 좌완의 체감속도가 높은 이유로 꼽았다. 넥센 이숭용 등도 같은 의견. 희소성이 체감속도의 증가로 이어지는 매개는 ‘타자의 반응지체현상’이다. 롯데 조성환은 “우완 공은 멀어지는 각이고 좌완 공은 다가오는 각인데, 각도상 좌완의 공이 좀 더 빨리 반응해야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투수의 릴리스포인트가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타자가 히팅포인트를 만드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의미. 봉중근, 구대성처럼 최대한 공을 숨기고 나온다는 투수들의 소위 ‘스니키패스트볼(Sneaky Fastball)’도 좌완에게서 많다. 2001프로야구 전체등록투수(211명) 가운데 좌투수(43명) 비율은 20.4%%였지만 2005년에는 25.4%%로 증가했고, 2009년에는 24.8 %%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좌완의 숫자가 프로야구 초창기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다수는 우완이다. 넥센 유한준은 “수준급 좌완은 많지만 여전히 중·고등학교에서는 좌완 배팅볼 투수가 드물다”면서 “어릴 때부터 좌완투수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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