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연 “꿈에 그리던 여자가 됐고, 가수로 새출발 행복해요”

입력 2010-05-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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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가수 이시연

“난 여자가 됐어∼”

깜짝 커밍아웃 선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트랜스젠더 이시연(사진). 영화 ‘색즉시공’에서 여자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눈길을 끌더니 싱글 앨범 ‘여자가 됐어’를 발표하며 가수로 변신했다. 타이틀 곡 제목처럼 그녀는 “여자가 돼서” 그리고 꿈에 그리던 “가수가 돼서” 요즘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에요. 이별에 아파하는 보통 여자의 보편적인 감성을 담았어요. 저한테는 여자가 된 이유도 될 수 있겠지만, 삶에서 이별 상처 등을 극복하는 성숙한 여자가 됐다는 의미에서 다른 여자들도 모두 공감할 것 같아요.”

가수 활동은 이시연에게 특별했다. 어렸을 때부터 기회만 생기면 노래를 부르고 싶었고, 음악은 힘들 때마다 큰 위로가 되었다.

“한두 달 준비해서 나온 게 아니에요.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을 때도 음악이 치료제였죠. 그런 의미에서 호기심이나 일회성으로 나온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사실 그녀는 성장통을 크게 앓았다. 2008년 성전환수술을 한 후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수술 후 호기심어린 시선과 동시에 비난, 악성 댓글이 한꺼번에 쏟아졌어요. 바뀐 몸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데 곧바로 비난을 받다보니 정신적으로 상처가 컸어요.”

이시연은 영화 ‘두사부일체’로 데뷔했다. 그때 인연을 맺은 윤제균 감독과 ‘색즉시공’, ‘색즉시공2’에 모두 출연했다. “윤 감독님은 제게 은인이에요. 남자였을 때와 수술 후 여자가 됐을 때 모두 출연할 기회를 주신 분이잖아요. 힘들던 시기에 ‘내가 너 인생 최고의 변수구나’라고 웃으면서 말해주셨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죠.”

그녀는 이런 주위의 배려를 바탕으로 힘을 냈다.

“아직 저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분들이 많은 걸 알지만, 차근차근 다가가려고 해요. 가족이나 주위의 걱정은 말도 못하지만 그 두려움도 털어내고 당당해지고 싶어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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