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 DB]
기동력보단 마운드 부진이 더 큰 문제, 지금은 비상사태 도깨비 작전 펼쳐야
“비상사태야. 도깨비 작전으로 나가야지 뭐.”두산은 ‘발야구’가 트레이드마크다. 김경문 감독(사진) 부임 후 기동력을 갖춘 선수를 중용하면서 ‘스피드 야구’로 정상권에 섰다. 주자로 나가면 2루를 훔치고, 안타 하나에 남들보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4일 잠실 LG전에 앞서 “발야구? 현재 우리 기동력은 7위야”라며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은 “7위”라고 말했지만 팀도루수만 따지고 보면 두산은 7위가 아니라 꼴찌로 처져 있다. 3일까지 17개로 8개구단 중 최하위. 팀도루 1위인 삼성(41개)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동 6위인 KIA와 한화도 21개다.
두산의 팀도루수가 이렇게 현저히 떨어진 것은 발야구의 대표주자인 이종욱(6도루)과 고영민(0도루)이 부상과 부진으로 아직 정상적인 전력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오재원(7도루)만 뛰고 나머지는 거의 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김 감독은 “무조건 뛴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누상에 주자를 모아 해결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괜찮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도루수는 적더라도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베이스러닝이 잘 이루어지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어제까지 27경기에서 17승을 했으니 계산했던 것만큼 잘 하고 있다”면서 “SK가 너무 잘 하는 것이지 우리가 못하는 게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의 고민은 팀 기동력 저하보다는 오히려 마운드에 있었다. 외국인투수 왈론드의 기대 이하 경기력과 이재우의 부상 등으로 선발진은 로테이션 꾸리기도 빠듯하다. 여기에다 중간계투진마저 고창성의 부진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현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도록 계속 기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비상사태다. 도깨비 작전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