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 기자의 칸 스토리] ‘시’ 읊어줄까 ‘하녀’ 불러줄까

입력 2010-05-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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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 중간점검 …칸의 여인, 윤정희냐 전도연이냐

20일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가 개막 9일째를 맞으며 종반으로 달리고 있지만 황금종려상의 향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시’와 ‘하녀’를 비롯해 ‘하하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 다섯 편의 한국영화가 초대됐다. 경쟁부문 한국영화로 처음 상영된 ‘하녀’를 시작으로 시간대별로 정리하는 현지 분위기와 표정을 통해 칸 국제영화제를 들여다본다.

★ DAY1(14일)-경쟁부문 한국영화 첫 상영

개막 사흘째인 14일, ‘하녀’가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공식 상영됐다. 상영회 당일 새벽 1시(현지시각)에 칸에 도착한 배우와 감독들은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레드카펫에서는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임상수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하녀’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서스펜스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서스펜스보다 블랙코미디에 가깝다’라는 평가를 했고,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2.2점(4점 만점)의 평점을 줬다. 칸 영화제의 초반 분위기 메이커는 할리우드였다. 12일 개막작 ‘로빈후드’의 러셀 크로는 기자회견 때 월드컵 결승전에 자신의 조국 호주가 진출해 영국을 물리칠 것이라는 익살로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Day2(15일) ‘어나더 이어’, 올해 칸 국제영화제의 트렌드 상징

15일엔 영국 마이크 리 감독의 ‘어나더 이어’가 상영돼 크게 호평을 받았다. 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은 3.4의 최고점을 매겼다. 경쟁부문 첫 상영작이었던 ‘충칭 블루스’를 시작으로 ‘온 투어’ 등 잔잔한 이야기의 영화들이 연이어 상영됐고, 특히 ‘어나더 이어’는 경쟁부문 참가작의 트렌드를 대표하는 영화로 떠올랐다. 전도연과 이정재, 임상수 감독은 밤에 미국 연예전문지 베니티 페어와 구찌가 공동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했다. 이 파티는 손실 위기를 맞은 영화 고전을 복원하는 ‘필름 파운데이션’ 설립 50주년과 운영자인 미국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위한 자리였다. 파티에서 전도연은 쇄골이 드러난 검은색 드레스로 주목을 받았고, 개성파 스타 베네치오 델 토로는 이정재에게 다가와 그의 ‘하녀’ 속 연기를 흉내내며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다.

★ Day3(16일) 매일 밤 벌어지는 파티…영화계 비즈니스의 장

주말을 맞아 칸의 중심가 크로와제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리엔 영화 홍보를 위한 기괴한 분장의 이벤트가 펼쳐졌다. 한국영화의 밤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한 한국영화의 밤에는 조희문 영진위원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임상수 감독, 배우 전도연, 이정재 등 국내 인사와 알베르토 바르베라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 샤를 테송 ‘카이에 뒤 시네마’ 전 편집장 등이 참가했다. 칸에서는 영화제 내내 밤마다 파티가 벌어진다. 이런 파티는 각국 영화와 관계자들, 영화제들의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번 영화제에도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뿐만 아니라 제천음악영화제, 아시아나단편영화제 등 다수의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여기에서 세계 유수의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며 섭외에 나선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속으로는 소리없는 경쟁이 벌어지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 Day4(17일) ‘하녀’ 귀국 늦춰…수상 가능성 주목

‘하녀’팀이 18일 귀국하려던 일정을 변경하고 체류를 연장했다. 수상에 대한 성급한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영화 ‘박쥐’의 전례와 이날 밤 질 자콥 칸 영화제 조직위원장과의 만찬이 예정된 것이 소문의 근거. 하지만 ‘하녀’팀은 영화제측의 언질은 없었다고 했다. 다만 제작사 미로비젼 측에서 ‘왠지 느낌이 좋다’며 체류 연장을 제안했고, 배우들도 이를 받아들인 것. 덕분에 배우들은 뜻하지 않은 휴가를 가지며 여유가 생겼다.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21일 상영을 앞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 조연으로 출연한 윤여정은 덕분에 영화 시사회도 참석하게 됐다. 한편, 임상수 감독과 이정재는 이날 밤 질 자콥 조직위원장과의 만찬 후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 환담을 나눴다.

★ Day5(18일) ‘칸의 사람들’ 총집결

칸이 사랑하는 한국의 감독들이 도착하면서 한국영화계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파리에서 가족들과 여행을 즐기던 이창동 감독은 이날 오후 6시께 혼자 칸으로 왔다. 비슷한 시각, 윤정희는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니스 공항에 도착했다. 인터뷰에서 “남편의 연주회로 칸을 찾은 적이 있다”고 했던 윤정희는 이번엔 자신이 주인공으로 남편을 동행했다.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하하하’의 홍상수 감독과 유준상은 프랑스의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파리에서 기차로 칸에 도착했다. 이로써 18일은 한국이 배출한 ‘칸의 여왕’과 ‘칸의 남자’들이 모두 모이는 날이 됐다.

칸(프랑스)|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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