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함께 방을 쓰는 선수는 누구일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허정무호의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계획이 세심한 곳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새벽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전진기지 격인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 입성해 본격적인 전력 담금질에 돌입했다.
일본에서 뮌헨까지 비행기로 11시간. 다시 뮌헨에서 오스트리아까지 버스로 2시간 반. 총 13시간 여의 장거리 이동 탓에 선수들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녹초가 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바로 방 배정의 시간이 돌아왔기 때문.
선수들은 11일간 같이 방을 쓰게 될 룸메이트가 누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선수들에게 룸메이트는 단순히 같은 방을 쓰는 동료의 의미 이상이다.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국 이것이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원정 경기이거나 지금 같이 월드컵이란 큰 무대를 앞두고 있다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같은 포지션 경쟁자와 한 방을 쓰게 될 경우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일주일 뒤 23명의 월드컵 최종명단이 발표되는 터라 선수들에게 '적(?)과의 동침'은 달가울 리 없다.
따라서 축구협회 관계자는 룸메이트를 정하는데 각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고심 끝에 협회 관계자는 일본전 때와 동일한 룸메이트를 배정했다. 눈길을 끈 것은 같은 포지션을 소화하는 두 명의 선수가 한 방을 쓰도록 한 것. 전지훈련의 목적 중 하나인 조직력을 극대화시키고 포지션 경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구성된 룸메이트다.
대표팀의 최고참이자 골키퍼인 이운재(수원)는 김영광(울산)과, 지난 일본전에서 첫 중앙 수비의 호흡을 맞춘 곽태휘(교토상가)와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 ,
또 조용형(제주)-김형일(포항), 차두리(프라이부르크)-오범석(울산), 이청용(볼턴)-김재성(포항), 신형민(포항)-구자철(제주), 이동국(전북)-이승렬(서울), 박주영(AS모나코)-이근호(주빌로 이와타), 이영표(알 힐랄)-김동진(울산) 등이 한 방을 쓰게 됐다.
가장 관심을 끈 주장 박지성의 룸메이트로는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과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으로 26명의 엔트리에 깜짝 포함된 김보경(오이타)이 결정됐다.
김보경은 이번 월드컵 최종명단에 들 경우 많은 경기를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한국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와 함께 방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을 얻고 돌아오게 됐다.
최고령 '방졸'에는 김남일(톰 톰스크)이 뽑혔다. 1977년생인 김남일은 1976년생인 안정환(다롄 스더)과 룸메이트가 되면서 안정환의 눈치를 보게 됐다.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와의 원정길에서는 이동국(전북)이 안정환의 룸메이트로 배정되는 바람에 최고령 '방졸'에 등극한 바 있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