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남장현기자의 오스트리아리포트] 허정무호 캠프 차린 ‘노이슈티프트’ 스페인의 우승 기운이 서린 곳

입력 2010-05-27 17: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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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목표로 훈련 중인 허정무호가 남아공 입성에 앞서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곳은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 인구 6000명 남짓한 인스부르크 인근의 작은 도시 노이슈티프트는 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이 환상적인 경관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가장 큰 만년설 지역이라고 한다. 느낌이 너무 좋다.

무엇보다 최적의 캠프를 차렸다는 생각이 든다. 노이슈티프트는 2008유럽선수권을 평정한 스페인이 대회 직전 담금질을 했던 장소다.

대표팀이 사용하는 캄플 훈련구장 입구에는 이를 기념하는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국기가 붙어있는 대형 입간판이 있다. 근처 작은 카페에는 스페인 선수단의 친필 사인이 적힌 사진 액자들이 자랑스레 걸려 있다.

극심한 국제 대회 징크스에 시달리던 스페인은 당시 유럽선수권 우승으로 온갖 설움을 떨쳐냈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올라섰다.

허정무 감독도 이 얘기를 전해 듣고는 다소 놀라면서도 “사실 오늘 처음 알았다”고 싱글벙글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흥분과 설렘이 뒤섞인 표정의 선수들도 훈련내내 왁자지껄 큰 소리를 내며 한껏 들뜬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부 스태프는 “선수들이 자신들이 마치 무적함대가 된 듯한 착각을 하는 것 같다”는 흐뭇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현지인들의 환대도 따스했다. 친근한 미소로 반갑게 인사를 하던 그들은 “이제 스페인에 이어 한국 국기가 새겨진 패널이 곧 제작될 것”이라며 기분 좋은 얘기를 전했다. 이렇듯 한국의 선택이 우연히 이뤄진 일이었다면 조별예선 첫 상대 그리스는 의도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스가 캠프를 꾸린 곳은 스위스 온천 휴양지 바트 라가츠. 남아공 고지대에 대한 두려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좋은 기억이 깃든 곳을 택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스는 유로2004 우승에 앞서 바트 라가츠에 캠프를 차렸고, 결국 꿈에 그리던 챔피언이 됐다.

2004, 2008유럽선수권 우승을 엮어낸 지역에 나란히 캠프를 차린 허정무호와 그리스가 만날 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까.

미신이기는 해도 흥미를 주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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