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확률 33.33%…4강 66.66%…2라운드 진출 100%…
남아공월드컵은 19회째다.80년의 세월을 거쳐 오면서 지구촌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츠 축제로 거듭난 월드컵은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 중 펠레가 지명한 팀은 우승 못한다거나, 월드컵 전 대회 우승팀은 개막전에서 고전한다는 등의 징크스도 있지만, 우연히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일어난다는 셀리의 법칙처럼 행운에 가까운 기록도 탄생했다.
바로 역대 월드컵 개최국의 순위다.
●개최국 우승 확률 33.33%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개최국이 우승한 횟수는 무려 6번. 3번 중 1번은 개최국이 우승을 차지한 셈이다. 개최국의 우승은 1회 대회부터 시작됐다.
1930년 우루과이월드컵은 총 13개국이 참가해 18경기를 펼치며 초라하게 시작됐다. 월드컵의 출발을 알리는 의미 이상은 지니지 못했지만 어쨌든 개최국인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와 결승에서 만나 4-2로 꺾고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1934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도 역시 개최국 이탈리아가 우승을 거뒀다. 결승에서 체코와 만난 이탈리아는 체코를 2-1로 꺾고 개최국이 우승을 차지하는 전통을 이어갔다.
2회 대회 이후 개최국이 우승한 것은 그로부터 32년 뒤인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축구 종주국에서 열린 잉글랜드월드컵에서 개최국 잉글랜드는 서독을 4-2로 물리치고 월드컵 사상 첫 정상에 올랐다. 월드컵 역사상 첫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월드컵의 본격적인 흥행을 알린 대회로 기록됐다.
주최국 우승은 1974년 서독월드컵에서 다시 기록됐다. 서독은 토털사커를 선보이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네덜란드를 2-1로 꺾었다. 이후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가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네덜란드를 3-1로 격파하며 역대 5번째 주최국 우승 기록을 세웠다.
가장 마지막으로 주최국 우승을 기록한 국가는 프랑스. 1998년 대회에서 지네딘 지단이 결승에서 2골을 성공시키는 활약에 힘입어 브라질을 3-0으로 물리치고, 20년 만에 6번째로 주최국 우승 기록을 세웠다.
●개최국 100% 2라운드 진출
개최국의 우승 확률은 33.33%지만, 결승 진출 확률은 조금 더 높다.
3회와 6회 월드컵에서 개최국인 브라질, 스웨덴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개최국의 결승 진출 확률을 44.44%로 높였다.
개최국이 4강에 들 확률은 훨씬 더 높다. 개최국 우승을 제외하고 4회 개최국 브라질 2위, 6회 스웨덴 2위, 7회 칠레 3위, 14회 이탈리아 3위, 17회 한국 4위, 18회 개최국 독일 3위 등을 계산해보면 무려 66.66%다. 아울러 개최국이 8강 토너먼트까지 진출할 확률은 88.88%. 2라운드 진출 확률은 무려 100%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개최국이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적은 없다.
하지만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개최국 남아공이 역대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우승(1930년, 1950년)한 우루과이, 1998년 우승팀 프랑스, 최근 네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2라운드에 진출한 멕시코와 함께 A조에 편성돼 개최국이 조별 예선 탈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객관적인 전력상 최약체인 남아공에는 모두 버거운 상대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은 둥글고 월드컵의 역사는 이변으로 점철되어 있다. 남아공이 과연 전통을 유지하며 2라운드(16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 역사상 최초로 개최국 조별리그 탈락국가가 될 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월드컵의 또 다른 흥미요소다.
●개최국 프리미엄 분명히 존재
이처럼 개최국 우승 확률이나 2라운드 진출 확률을 살펴보면 개최국 프리미엄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개최국에는 어떤 프리미엄이 있을까?
일단 지역 예선을 면제받는다. 이는 월드컵 본선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2년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지역예선을 면제받으며 1년 6개월 동안이나 충실하게 본선 준비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4강 신화를 달성했다.
홈구장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도 엄청난 이점이다. 익숙한 경기장 분위기와 기후, 잔디 등 경기 외적 요소가 완벽하게 개최국에 유리하게 맞춰져 있는 상태에, 홈 관중의 일방적이며 열렬한 응원까지 더해지면 선수들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경기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될 수 없지만, 월드컵의 역사를 살펴보면 개최국이 전통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