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비운의 스트라이커’ 꼬리표 뗀 이동국, 이번엔?

입력 2010-06-01 06: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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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스포츠동아 DB

12년 만에 월드컵 출전의 꿈 이룬 이동국
‘사자왕’ 이동국(31.전북)이 ‘비운의 스트라이커’란 꼬리표를 뗐다.

이동국은 1일 새벽(이사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 카펠라 호텔에서 허정무 감독이 발표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이동국은 19살의 어린 나이에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이후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허 감독은 이동국의 발탁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지난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때 오른쪽 허벅지 미세근육이 파열된 이동국이 1일 최종명단 발표일까지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 ‘부상당한 선수를 월드컵까지 데려가야 하느냐’는 축구계 안팎의 비난도 허 감독의 고심을 깊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날 최종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허 감독은 “공격수 중 이동국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이라 그 점이 고민스러웠다”며 발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하기도.

하지만 허 감독은 ‘타깃형 공격수’ 이동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의 출격은 2차전부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이다.

허 감독은 “이동국은 월드컵 본선 두 번째 경기부터 출전이 가능하다고 메디컬, 피지컬 쪽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아침에도 병원에 가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했는데 상처가 거의 아문 상태다. 지금도 어느 정도 훈련은 할 수 있지만, 일주 후부터는 100% 팀 훈련이 가능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도 후반 교체 출전 정도는 가능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동국의 그리스전 출전은 사실상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본선 조별리그 2, 3차전을 뛰는 데는 이상이 없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예상을 깨고 26인 엔트리에 포함됐던 이동국은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지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대표팀 주치의인 송준섭 박사 등 의무팀의 정성스런 보살핌과 비공개 파워재활훈련을 받으며 부상에서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강한 슈팅훈련도 소화해 의무팀에게 합격판정을 받았다.

1998년 프로 데뷔 후 차범근 감독의 눈에 들어 그 해 5월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동국은 2000년 2월18일 코스타리카와의 골드컵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면서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이동국의 두 차례 월드컵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게으른 천재’라고 악평을 받으며 월드컵 출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후 이동국은 부산아시안게임 멤버로 참가했지만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면서 광주 상무에 입대해야 했다.

상무에서 두 시즌 동안 뛰면서 정규리그에서 15골을 터트리며 부활의 날개를 폈던 이동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했지만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K-리그 경기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또 다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독일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그라운드에 복귀한 이동국은 2007년 아시안컵 음주 파동의 중징계로 1년간 대표팀 자격 정지를 당했다. 심지어 이듬해 포항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스브러로 이적했지만 방출명단에 오르면서 국내무대로 유턴했다.

K-리그 복귀 후에도 1년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큰 기대 속에 성남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다시 전북으로 둥지를 옮겼다.

‘저니맨’으로 낙인이 찍혔던 이동국은 절치부심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대표팀 합류를 엿봤다.

허벅지 부상으로 4년 전 본선 무대 탈락의 아픔이 재현되는 했지만 본인의 강인한 재활 의지는 결국 허심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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