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단거리 선수로 활약한 아버지. 그 피를 속일 수는 없었다. 31년 만에 남자육상 100m 한국기록을 경신(10초23)한 김국영(19·안양시청)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운동신경을 뽐냈다. 이미 초등학교 때 육상부 발탁. 하지만 트랙인생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 알았던 아버지 김상문(58) 씨는 “차라리 공부를 하라”며 운동을 그만두게 했다. 그 때가 초등학교 5학년.
하지만 ‘달리고 싶은’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안양관양중학교 때 다시 육상을 재개한 김국영은 한창 기본기를 쌓을 시절 2년간이나 스파이크를 벗어 두었음에도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06년 8월, 제35회 추계전국중고육상경기대회 100m에서 10초85를 세우며 10초대 진입. 이후 승승장구하며 동년배 가운데 1인자로 등극했다. 평촌정보산업고 3학년이던 2009년 제38회 춘계중고육상경기대회에서는 10초47의 부별신기록으로 100m한국기록을 갈아 치울 재목으로 이름을 알렸다.
사고를 칠 기회는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대학 대신 실업팀을 택한 지 불과 몇 개월. 하지만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트랙기술위원장과 대표팀 이종윤 코치의 조련 속에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마침내 김국영은 4월 전남 영광에서 열린 제14회 전국실업육상경기선수권에서 10초17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준풍속(초속2m)을 넘는 4.9m의 뒤바람 때문에 비공인으로 남았지만, 한국기록 경신의 서곡이었다.
김국영은 “5월 대구국제육상대회 때도 몸무게가 5kg 이상 빠졌고 컨디션도 나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역시 기록이란 생각지도 못했을 때 나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