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숙원이 풀렸다”고 했다. 하지만 ‘미완의 대기’는 더 큰 목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국영(19·안양시청)은 7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 남자100m 예선4조에서 10초31만에 결승선을 통과, 1979년 서말구(55·해군사관학교 교수)가 작성한 한국기록(10초34)을 갈아 치웠다. 현장에서 경기를 치켜본 서 교수는 “시원섭섭하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31년간의 저주가 풀린 뒤, 한국기록을 재경신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30분. 김국영은 준결승에서 10초23으로 자신의 기록을 0.08초 앞당기며 한국최고의 스프린터로 우뚝 섰다. 결승전에서는 임희남(10초34)과 여호수아(10초37), 김국영(10초43)이 각각 1·2·3위. 특별포상금 1억원을 거머쥔 김국영은 “결승에서 뒤 근육이 다소 당겼다. 앞 선 2번의 레이스에서 너무 힘을 쏟은 것 같다”며 웃었다.
○체력테스트 평균이하, 가능성 무한
육상은 가장 원초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체력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2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KISS) 성봉주 박사가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김국영은 각종 체력테스트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일단 대퇴(허벅지)둘레를 비롯한 체격(174cm·70.2kg)부터 남자단거리대표팀의 평균(180.86cm·74.63kg)에 미치지 못한다. 배근력과 턱걸이, 팔굽혀펴기, 서전트점프 등은 하위권. 거의 모든 근력수치가 평균 이하였다. 스타트반응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소리반응시간도 0.270초(평균0.263초)로 우수한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더 큰 가능성을 의미한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장재근 트랙기술위원장은 “아직 완전한 선수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최적의 피치수를 향해’
단거리 선수의 주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스트라이드(보폭)는 좁지만 피치(발을 내딛는 주기)를 빠르게 하는 방법과 스트라이드를 넓히는 대신 피치를 줄이는 주법이다. 후자로는 칼 루이스와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가 꼽히고, 모리스 그린(175cm·이상 미국)과 벤 존슨(캐나다) 등 단신 선수들은 주로 전자의 방식으로 뛰었다. 자신의 체형과 기술에 적합한 주법을 선택할 뿐, 정답은 없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양 주법의 장점을 혼용한 ‘이상적’ 타입.
김국영은 상대적으로 피치수를 중시하는 주법을 쓴다. 장재근 위원장은 “김국영은 47.5∼48보에 레이스를 마친다”고 했다. 세계정상급선수들은 주로 45보 내외. 볼트가 2009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 세계기록(9초58)을 세울 때는 41보 만에 레이스를 마쳤다. 장 위원장은 “아직 (김국영이) 이상적인 피치수를 찾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국영은 근력이 약한 탓에 스트라이드를 늘리면,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하지만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스트라이드를 늘리면 기록단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위원장은 “근력을 붙이면, 내년에는 46보 정도로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좌우균형과 막판스퍼트의 보완
세계최정상급 선수들도 60∼80m 지점에서 최고속도를 낸 뒤에는 속도가 떨어진다. 한국 선수들의 문제는 이 감속률이 급격하다는 것이다. 무산소지구력을 가늠하는 윈게이트평균파워 측정에서 김국영(7.3Watt/kg)의 수치는 남자단거리 선수들의 평균(7.5Watt/kg) 보다 낮았다. 김국영은 스타트가 좋은데 비해 막판스퍼트에 약점이 있다.
좌우근력의 불균형은 더 큰 문제다. 김국영의 좌우 무릎의 신(미는)근파워 차이는 10%. 좌우 굴(당기는)근파워 차이는 무려 22%다. 두 항목 모두 평균차 보다 2배 이상. 장재근 위원장은 “앞뒤 근력도 차이가 많이 난다. 레이스에서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성봉주 박사는 “부상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 확실하기에, 이제 한국 육상은 그를 주목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지난 주 면담 때 (김)국영이가 9초99라고 목표를 밝히더라”며 큰 포부에 혀를 내둘렀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