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허정무 감독 “1986년 대표팀과 지금 대표팀을 비교해?”

입력 2010-06-17 01: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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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 등 과격한 반칙을 했을 때는 무조건 경고를 줘야한다.”(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말)

“1986년 대표팀과 지금 대표팀은 다르다.”(한국 허정무 감독의 말)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본선 B조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 허정무(54) 감독과 디에고 마라도나(49) 감독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날 신경전을 먼저 부추긴 쪽은 마라도나 감독이었다.

마라도나는 16일(한국시간)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실시한 공식기자회견에서 “메시가 플레이를 펼칠 때 발차기 등 과격한 반칙을 했을 때는 무조건 경고를 줘야한다”며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상기시켰다.

약 4시간 뒤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가진 허정무 감독은 마라도나의 도전적인 발언에 대해 “그 당시 대표팀은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또 세계적인 수준에 잘 따라가지 못했고 경험도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선수들은 유럽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그 당시와는 많이 틀리 다는 것을 생각해야한다”고 응수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일전을 앞두고 양 팀 감독간의 신경전이 펼쳐지는 것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허 감독이 마라도나 감독을 전담 마크했기 때문. 비록 패하긴 했지만 허 감독은 ‘태권축구’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마라도나 감독을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허 감독은 “당시 내가 태권도를 했다면 심판이 레드카드를 꺼냈을 것이다. 24년 전 비디오를 다시 돌려보면 분명히 축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면서 "당시 마라도나는 세계적인 스타였다. 마크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고 신체적인 접촉과 태클도 있었다. 그것은 현재 메시, 호날두 등을 막는 것처럼 고의적으로 상대를 해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리전이라는 것은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고 상대의 플레이가 의도적으로 흘러가게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지 말싸움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아르헨티나가 강팀이기는 하지만 이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둘 사이의 인연은 24년 뒤 다시 이어졌다. 선수가 아닌 사령탑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맞붙게 된 것. 특히 16강 진출을 위해 한발작도 물러설 수 없는 경기에서 격돌하게 돼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허 감독은 “24년 전 아르헨티나를 어떻게 상대해야할 지 몰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 정보가 부족했다. 또 수준의 차이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많은 경험을 쌓았다. 승패를 떠나 우리 선수들이 장점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전력 차는 크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다. 그러나 허 감독은 비록 전력에서 뒤진다고 하더라도 수비 지향적으로 경기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허 감독은 “상대는 강한 팀이다. 경기를 하다보면 공격을 하고 싶어도 공격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수비만 하면 경기를 이기지 못한다. 때문에 첫 번째는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할 것이다. ‘선수비 후공격’보다 공격과 수비가 함께 움직이는 전술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허 감독은 “경우의 수는 무척 많다. 체력, 전술, 경기 흐름에 따라 변수가 많이 생긴다.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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