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봤니? 양파수비!

입력 2010-06-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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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겹겹봉쇄에 브라질이 질렸다

5명…7명…최대 9명
변 화무쌍한 수비전술
세계 최강 공격 봉쇄

후반 급격한 체력 저하
2실점하며 아쉬운 패배
카카 “정말 힘들었다”
“북한의 수비는 완벽에 가까웠다.”

브라질 카를루스 둥가 감독은 16일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 리그 G조 북한과의 경기를 마친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둥가 감독은 “수비 위주의 팀을 상대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라며 쉽지 않은 경기였음을 인정했다.

세계적인 미드필더 카카(레알 마드리드)도 기자회견에서 “북한 선수들이 정말 잘 싸웠다. 우리를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공격의 시발점인 카카는 전반 내내 자신의 패스가 북한의 수비에 막히자 짜증을 자주 냈다.

북한이 브라질에 1-2로 졌지만 탄탄한 수비를 보이며 세계 축구팬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기장에 모인 5만5000여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북한 선수들이 인사를 하자 환호를 보냈다.

북한과 브라질의 맞대결은 승패가 뻔해 보였다. 브라질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보유한 강팀 중의 강팀이다. 반면 북한은 이번 월드컵 32개 본선 출전국 중 가장 낮은 105위.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이날 브라질을 맞아 수비 위주의 전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 공격수들이 파상공세를 펼칠 때는 최전방 공격수인 정대세(가와사키)를 제외하고는 9명 모두가 수비에 가담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전형은 5-4-1이지만 공을 놓치면 바로 수비가 7, 8명까지 늘어나며 브라질의 공격을 차단했다.

이러한 전형을 경기 내내 수시로 바꾸며 북한의 수비는 양파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양파 껍질을 벗기면 또 껍질이 나오듯 브라질 공격수가 북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돌파하면 바로 그 뒤에 다른 수비수가 나타나 차단했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 브라질 공격수가 공을 잡으면 북한 수비수 3명이 에워싸며 공을 뺐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합숙 훈련을 하면서 수비 전술을 가다듬었다. 9개월가량 함께 호흡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비에서 커버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날 북한 선수들은 평균 8644m를 뛰면서 브라질(평균 7386m) 선수들보다 부지런히 움직였다. 안영학(오미야)은 1만1792m를 기록해 양 팀 출전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이 뛰었다. 전반에 무득점으로 브라질 공격을 봉쇄한 북한은 후반 체력이 떨어지면서 2점을 내주고 말았다. 경기 뒤 일부 외국 기자들은 북한의 수비적 경기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 강팀을 맞아 현명하게 대처하고 열심히 뛴 북한에 찬사와 박수를 보내는 기자들이 더 많았다.요하네스버그=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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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브라질 경기 주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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