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 나타난 北 ‘아저씨 응원단’ 정체는?

입력 2010-06-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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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온 자원자” 주장에 阿 파견 노동자들 집합說日 총련계 포함說 등 분분
16일 오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G조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북한 남성 응원단 100여 명이 나무로 만든 응원 도구를 양손에 들고 소리를 내며 응원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전영한 기자

16일 오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G조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북한 남성 응원단 100여 명이 나무로 만든 응원 도구를 양손에 들고 소리를 내며 응원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전영한 기자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1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경기장에 100여 명의 북한 ‘아저씨 응원단’이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가슴에 인공기를 새긴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모자를 썼으며 경기 2시간 전에 입장했다. 응원단은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3-3-7 박수’를 치거나 북한에서 응원할 때 쓰는 ‘짝짜기’를 부딪치며 나름대로 열띤 응원을 펼쳤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이나 중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응원단을 파견할 때면 보통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미녀 응원단’을 파견해왔다. 하지만 남아공에 나타난 북한 응원단은 대부분 40, 50대 남성들이었다.

각국 취재진은 북한 응원단이 출현하자 ‘정체’를 파악하려고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한 북한 응원단원은 “그제(현지 시간 13일) 밤에 100명 정도가 여기에 도착했는데 모두 평양에서 왔으며 응원단을 모집할 때 자원해서 온 보통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오늘(15일) 도착했으며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과 홍콩을 거쳐 남아공에 왔다”고 밝혔다.

도착 시간이 다른 것을 보면 이들이 한꺼번에 북한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과거 북한에서 예술계 대학교에서 미모가 뛰어난 여성들을 뽑아 한꺼번에 보내곤 했던 미녀 응원단과 성격이나 파견 방식이 다른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신분 높은 간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더구나 북한에서 응원단을 모집한다는 말은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평범한 신분으로는 북한에서 남아공으로 응원하러 오기 어렵다.

따라서 남아공 또는 이웃 나미비아 앙골라 등의 건설 현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노동당의 지시에 따라 집단 응원하러 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물론 응원단 속에는 북한에서 직접 온 사람들이 섞였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당국이 막대한 외화를 써서 외유를 보내줄 정도로 상당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다.

북한 국적을 갖고 있는 일본 총련계 응원단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중국에서 축구팬, 여행사 직원 등을 상대로 ‘대리 응원단’을 모집했다고 보도했지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요하네스버그=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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