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스페인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스페인은 16일 H조 조별리그 스위스와의 첫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슈팅수 24-8에서 보듯 전후반 내내 상대 골문을 두드렸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
스페인의 별명은 '무적함대'이지만 월드컵에서는 그냥 '해적선' 정도에 불과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4위에 오른 이후 나간 10번의 월드컵에서 4강에 들어본 적이 없다. 늘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정작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이런 스페인을 두고 '선수들이 배짱이 없다', '이기적 플레이로 경기를 마친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갈등 때문에 팀 융화가 안 된다' 등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는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지금 스페인 대표팀은 공격-미드필더-수비 라인과 골키퍼까지 최강 진용을 갖췄다. 유럽 지역 예선도 10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유로2008에서 우승하며 큰 대회에 약하다는 오명도 씻어낸 상태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해외 축구 전문 매체들도 스페인의 우승 확률을 가장 높게 책정했다. '2010년 가장 완벽한 팀' 스페인의 월드컵 성적에 따라 향후 세계 축구의 흐름이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온갖 기대를 모은 스페인이 첫 판부터 패했으니 스페인은 물론 많은 축구팬들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그럼 그렇지'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최근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만큼은 강했던 스페인이기에 충격은 더하다. 스페인은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서 3전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조 편성도 최상이었다.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 전까지 같은 H조 스위스(15승 3무), 칠레(6승 1무), 온두라스(1무)를 상대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역대 18번의 월드컵에서 첫 경기를 패한 팀이 우승한 적은 없다. 일단 스페인은 16강 진출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출전국이 32개로 늘어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3개 대회에서 첫 경기를 지고 16강에 오른 경우는 3차례(2002년 터키, 2006년 가나와 우크라이나), 확률은 8.3%에 불과하다. 스페인은 1998년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에 2-3으로 패한 후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불가리아를 6-1로 대파하며 화풀이했지만 소용없었다.
첫 판에서 주춤했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은 다음 상대인 온두라스(22일), 칠레(26일)보다 여전히 우위에 있다. 온두라스와 칠레는 스위스보다 상대적으로 수비 조직력이 약하다. 스페인이 조2위로 16강에 오른다면 G조 1위가 유력한 브라질과 16강에서 만난다. 전 세계 축구팬들이 기대한 '꿈의 결승전'이 조기 개최되는 것이다.
한편 개최국 남아공은 17일 프리토리아 로프투스 페르프펠트경기장에서 열린 A조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우루과이에 0-3으로 지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우루과이는 전반 24분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선제골에 이어 후반 35분 골을 추가하며 남아공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