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그바 부상 입힌 툴리오, 日축구영웅으로… 日 누리꾼 16강 자신

입력 2010-06-20 1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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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의 운명은 모르는 것이다. 약 2주 사이에 천당과 지옥행 열차를 바꿔 타고 있는 축구스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축구대표팀의 오카다 감독과 수비수 툴리오가 대표적인 예.

‘세계 4강’을 목표로 삼은 오카다 재팬은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시쳇말로 가루가 될 때까지 뭇매를 맞았다. 평가전 결과가 형편 없었던데다 경기내용도 수준 이하였기 때문이다.

2CH 등 일본의 커뮤니티와 언론사 사이트에서는 “오카다가 팀을 맡고 있는 이상 일본은 16강에 오를 수 없다. 한국이 부럽다”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본대표팀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툴리오도 질타를 피할 길이 없었다. 툴리오는 평가전에서의 자책골과 잦은 실수로 놀림거리가 됐다. 뿐만 아니라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는 세계 정상급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에게 큰 부상을 안겨 세계 축구팬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두 사람은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E조에 속한 일본이 카메룬과 네덜란드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내용을 선보이면서 ‘일본축구의 영웅’으로 부상한 것. 카메룬에 1-0 승리를 거둔 일본은 우승후보 네덜란드를 맞아서도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결과는 일본의 0-1 패배로 마무리됐지만 마지막까지 네덜란드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그 중심에 오카다와 툴리오가 있었다.

특히 네덜란드전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25분 이후 보여준 플레이는 놀라울 정도였다. 1골차 패배라면 일본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 그럼에도 일본은 수비 대신 공격에 치중했다.

오카다는 공격수들을 대거 투입해 동점골을 노렸고, 여러 차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또 수비수 툴리오를 최전방에 투입해 제공권을 장악하는 전술을 시도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툴리오의 헤딩패스는 네덜란드의 수비라인을 위협한 강력한 공격옵션이었다.

오카다가 지시한 전술은 그라운드 안에서 툴리오를 중심으로 깔끔하게 펼쳐졌다. 툴리오를 향해 계속됐던 조롱도 몸을 던진 허슬 플레이와 뛰어난 헤딩능력 앞에 조금씩 사라져갔다.

경기 후 일본 누리꾼들은 오카다를 ‘최고의 지략가’로, 툴리오에게는 ‘일본의 힘을 보여준 사무라이’라고 표현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두 사람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일본은 23일 현재 E조 2위에 올라 있다. 일본은 남은 덴마크전에서 비기기만 하더라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한국축구대표팀에서도 허정무 감독과 박주영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그리스전 승리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허정무 감독과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전 패배로 불과 5일만에 역적(?)이 되고 말았다. 지금의 비난은 3일도 남지 않은 나이지리아전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

나이지리아전에 축구인생이 걸린 두 사람이 승리와 함께 천당으로 돌아오는 열차에 다시 탑승하기를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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