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의 운명을 걸었던 두 명의 자타공인 최강 에이스. 허정무호의 ‘캡틴’ 박지성(29·맨유)과 우루과이의 ‘살아있는 전설’ 디에고 포를란(31·A마드리드)의 맞대결은 내내 흥미로웠다.
27일 새벽(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끝난 한국과 우루과이의 2010남아공월드컵 16강전. 비록 허정무호의 1-2 패배로 끝났지만 둘의 승부는 대회 첫 토너먼트 라운드의 백미로 꼽기에 충분했다.
공교롭게도 포지션과 역할부터 거의 같았다.
박지성은 기본적으로 4-5-1 포메이션의 플레이메이커로 위치한 뒤 왼 측면을 자주 오갔고, 포를란은 4-4-2 시스템 ‘다이아몬드’ 형태 미드필드 라인의 1선에 배치됐다.
시작부터 팽팽했다.
중앙과 좌우를 자주 오가던 박지성이 킥오프 3분 만에 상대 오른 풀백 M. 페레이라의 반칙을 유도, 아크 왼쪽에서 골대를 맞히는 박주영의 프리킥 찬스를 만들자 포를란은 5분 뒤 왼쪽 측면을 빠르게 침투해 들어가며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 수아레스의 선취 골을 도와 ‘멍군’을 불렀다.
박지성은 김재성과의 스위치 포지셔닝이 특히 좋았다.
오른쪽 윙 포워드 이청용과 연계해 빠른 침투를 시도했다. 후반 들어 김재성이 나가고 이동국의 투입과 함께 한국이 4-4-2로 전환했을 때 이청용이 후반 23분 동점 골을 넣은 것도 박지성과 위치를 바꾼 것에서 비롯됐다. 포를란도 투 톱 카바니-수아레스의 빈 공간을 파고드는 등 큰 폭의 움직임으로 한국 수비진을 긴장시켰다. 세트피스를 주도했고, 후반 35분 수아레스의 재역전 골도 포를란의 왼쪽 지역 코너킥에서 시작됐다.
물론 둘이 공격에만 치중한 건 아니었다. 디펜스에서의 움직임도 대단히 뛰어났다.
유럽 무대에서 ‘수비형 윙어의 전형’이란 평가를 받는 박지성은 M. 페레이라와 수비형 미드필더 페레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1차 저지선 역할을 충실히 했다.
포를란 역시 후반 중반 주도권 싸움에 뒤졌을 때 하프라인 아래까지 깊숙이 내려와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명불허전. 꿈꿨던 8강 진출은 물거품이 됐으나 에이스들의 쉼 없는 대결은 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