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올드보이 4총사의 쓸쓸한 마지막 월드컵

입력 2010-06-27 15:56:23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2년 한국이 4강 신화를 달성할 때 대표적인 ‘올드보이’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이었다.

이전 10년 간 한국축구를 책임졌던 이른바 ‘H-H’라인은 선수 생활의 월드컵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홍 감독은 주장 완장을 차고 후배들을 지휘하며 거의 전 경기를 소화했다.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킥도 그의 몫이었다. 황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와의 첫 경기 선제 결승골로 4강 신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4강 달성의 시작과 끝을 그렇게 둘이 책임졌다.

반면 허정무호 ‘올드보이’ 사총사 이운재(37·수원) 안정환(34·다롄 스더) 김남일(33·톰 톰스크) 이동국(31·전북)의 마지막 월드컵은 다소 쓸쓸했다.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이들을 차례로 불러 들였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거미손’ 이운재는 후배 정성룡(25·성남)에 밀려 벤치에 머무르며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월드컵 직전 K리그에서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게 치명타가 됐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 승부차기 히든카드로 낙점 받았지만 1-2로 패하며 결국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2002년과 2006년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늘 해결사 역할을 맡아왔던 안정환은 체력 저하와 컨디션 난조로 교체 투입할 기회조차 얻지 못 했다.

이동국은 12년 묵은 월드컵의 한을 골로 푸는 데 실패했다.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 이어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해결사로 후반 투입됐지만 종료 4분 전 회심의 찬스에서 날린 오른발 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동국은 “허무하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심정이다. 12년 동안 월드컵 무대를 기다려왔는데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내가 생각했던 결과가 아니다. 아쉽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남긴 채 경기장을 떠났다.

김남일은 이 중 가장 노장 투혼을 발휘한 축에 속한다. 허정무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중원 싸움에서 밀린다고 판단될 때마다 그를 투입해 경기 흐름을 바꿨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어이없는 실수에 이은 페널티킥 허용으로 오점을 남겼다. 코칭스태프가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고 감쌌지만 너무나도 결정적인 실수였다. 우루과이 전에서는 결국 부름을 받지 못했다.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